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우주다. 그만큼 광대한 존재다. 밝혀진 사실보다 밝혀질 사실이 더 많은 존재이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부분을 알 수 없는, 그런 존재. 


그 중에서도 인간의 뇌에 관해서는 더욱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다. 우리 체중의 2%를 차지하지만 에너지의 23&를 쓴다는 뇌. 


정재승의 이 책은 과학 분야에서도 특히 뇌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강연체로 글이 쓰여 있어 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가 있다. 


책 표지에는 '생각의 모험으로 / 지성의 숲으로 /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 열두 번의 강의'라고 되어 있는데, '생각의 모험으로'가 아니라 생각이라는 모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지도 밖의 세계로'가 아니라 뇌라는 세계의 지도를 어느 정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운전을 할 때 네비게이션에 목적지 설정을 하고 가면 안내에 따라 가기만 한다.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더 넓은 장소 속에서 위치를 가늠하지 않는다. 갔다 오면 갔다 왔을 뿐, 그 장소에 대한 지도는 없다.


그래서 가끔은 지도에서 목적지를 찾아본다. 네비게이션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넓은 위치 속에서 목적지가 어디쯤에 있는지 대략 알고 가면, 좀더 그 장소를 잘 알고 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도 밖의 세계가 아니라 우주라는 지도에서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뇌라는 광활한 우주에서 내가 생각하고 찾는 지식들이 어느 자리쯤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을 이해하는, 뇌를 이해하는 지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도를 읽을 줄 알면 장소를 찾기가 쉽다. 내가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도 잘 알 수가 있고, 나아가고자 하는 곳을 찾기도 쉽다. 


정재승이 이 책에서 한 역할도 그러한 지도 역할이지 않나 싶다. 과학이라는 광대무변한 세계에서 내가 서 있는 위치,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그런 책.


열두 번의 강의. 하나하나 읽으면서 좋았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지식 두 가지. 


하나는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들이 사람의 표정을 인식할 때 보는 위치. 동양 사람들은 눈을 중심으로 파악한다면, 서양 사람들은 입을 중심으로 파악한다고... '헬로키티'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헬로키티에서 동서양을 읽다. 194-197쪽) 아,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래, 우리나라 사람들 문자메시지에 이모티콘을 보낼 때 주로 눈 모양을 사용한다. 감정 표현을 그렇게 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입 모양으로 주로 한다고? 이런 것들 역시 우리들 뇌에 각인되어 있으니, 역시 문화 차이가 인식 차이로 가는 데는 뇌가 한 몫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하나는 언어가 각인되어 있는 뇌부위가 있다고 한다. 어떤 특정한 단어를 들었을 때 활성화되는 뇌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단어들이 뇌의 특정한 부분들에 속해 있다면, 그 특정한 부위의 뇌를 조정하면 사람들의 언어 표현도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인지...


아마도 더 발전하면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하니, 뇌 부분만으로도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도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 그렇다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로 처벌받는다는 영화 속 현실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인지...


하지만 아직도 뇌라는 우주는 우리에게 밝혀진 부분보다는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알고 있었던 지식을 뒤집는다. 뇌에 관한 또는 창의적이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창의성이 단지 기발한 발상이 아님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러니 여전히 우리는 우리 인간에 대해서 모른다. 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그것이 우리를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한다. 그렇게 나아가는데 지도가 있다면 조금 더 편해지겠지. 정재승의 이 책, '열두 발자국' 그런 지도 역할을 잘하고 있다.


이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인터뷰에서 정재승을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388쪽)라고 부르고 싶다고 하는데, 그만큼 그는 우리가 어렵게 여기는 과학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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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16 0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대식, 김대수 교수님까지 읽었는데
정재승 교수님을 아직 안 읽었어요 ㅜㅜ
기대 됩니다~

kinye91 2021-08-16 09:05   좋아요 0 | URL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말이 잘 맞다고 생각해요. 정재승 교수는 과학을 우리 곁에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단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