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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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동물이다. 어쩌면 현재에 미래를 끌어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일지도 모른다. 의식의 힘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이 의식이 지금이 아니라 다음을 생각하게 하고, 그 다음을 통해 지금을 바꾸려고 한다. 그렇게 우리 인간은 자신에게는 오지 않은 저승을 만들어냈다.


이곳이 아닌 저곳, 그래서 이승이 아닌 저승이다. 누구나 한번은 꼭 가야 하는 곳이지만, 가서 돌아와 이야기해줄 사람이 없으니,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곳. 아니 있기는 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저승을 생각하고, 저승을 만들어낸다. 저승에 대한 이야기는 세계 도처에 있다. 인간이란 동물이 이렇듯 다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생각조차도.


서양 저승이나 동양 저승이나 또는 아프리카 저승이나 그리 다르지 않나 보다. 천국과 지옥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이 있으니. 그리고 사람들이 이승을 떠나면 영혼이 그곳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이렇게 저승을 상상하기는 하지만, 누구도 저승에 대해서 잘알지는 못한다. 어쩌면 종교인들은 잘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들 역시 가보지 않았으니, 오로지 믿음으로 그곳을 만나고 있으니 그냥 모른다고 하자.


소크라테스나 공자 역시 저승에 대해서, 즉 죽음에 대해서, 죽음 이후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계속 저승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이승 다음에도 또다른 삶이 있다는 믿음 또는 그러한 생각으로 현재 삶에 위안을 삼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이 책은 김태권이 여러 책에서 만나본 지옥 이야기를 한다. 지옥관광이라고 했지만, 단지 지옥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천국에 대한 이야기, 지옥과 천국이 아닌 곳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하고, 세계 각 종교에서 죽음 이후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도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우리나라 신화에서 보여주는 지옥의 모습을 많이 소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저승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다양한 지옥의 모습, 그 지옥에 간 사람들 이야기에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단테다. 단테하면 [신곡]으로 유명하고, 그 [신곡]이 천국, 지옥, 연옥으로 나뉘어 있고 그곳에 다양한 인물들이 있으니 지옥 관광에 그가 빠지면 안된다.


그것도 지옥 관광인데,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을 관광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신곡] 지옥편을 통해 함께 지옥 관광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스웨덴의 영성학자인 스베덴보리가 쓴 [천국과 지옥]도 함께 참조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단테 말고도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밀턴 등이 언급되고 있으며, 지옥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로 이들 말고도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로 유명 그다), 라블레도 언급하고 있다. 


각각 자신이 지닌 관점으로 지옥을 그려낸 작가들. 그런 작품을 읽으며 우리는 우리 나름의 지옥을 만들어 간다. 다만, 김태권은 지옥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지옥이 있음으로 해서 천국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지옥을 상상함으로써 현재를 더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인 김태권이 들려주는 지옥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책 뒷부분에 실려 있는 그가 그린 삽화들은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마치 관광을 한 다음에 돌아와 사진을 보면서 그곳을 생각하듯이.


우리가 이렇게 지옥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잘살기 위해서이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헬조선'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는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입시, 취업, 집 마련' 등등에 지옥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각종 지옥들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할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지옥 관광을 그냥 재미로 하지는 않는다. 내 삶을 천국에 가져다 놓기 위해서 지옥 관광을 한다. 물론 천국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인식하고 있겠지만.


하여 지옥 관광은 천국을 보게 하는 관광이 된다.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 호기심에서 끝나면 안된다. 김태권과 함께 떠나는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한번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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