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SF 걸작선
브루스 스털링 외 지음, 데이비드 G. 하트웰 외 엮음, 정혜정 외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SF.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하는데, 단지 공상이 아니다. 상상이다. 과학적으로 상상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 SF소설이라고 해서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상상을 통해 현실을 이야기한다.

 

특히 2004년에 나온 이 소설집을 읽다보면 우리가 '알파고'에 대한 당혹감을 느꼈던 것이 무안하기까지 하다. 이미 소설에서는 알파고 이후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작품들이 실렸는데, 오래 전 소설이라는 생각보다는 지금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한편 흥미진진한 작품들이었는데, 우주를 개척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개척한 우주가 황폐하게 된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거나, 우주인들과 지구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거나, 또 다른 동물 종족들과도 대화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도 표현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상상을 통해서 지금 우리 현실, 또는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하는데, 그 중에서 어슐러 르귄의 '안사락 족의 계절'이란 작품은 성장,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읽힐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든다.

 

"그들은 다른 행성의 다른 종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말해 주고 보여 주었습니다. ... 우리가 선박이나 도로, 자동차 또는 비행기를 만들 줄 알고, 그래서 원하기만 하면 일년에 수백 번이라도 남북을 오갈 방법이 있는데, 걸어 다니느라고 그토록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알았습니다. 북쪽에 도시를 건설하고 남쪽에 농장을 만들면 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222쪽) 

 

이렇게 다른 문명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하던 종족이 어느 순간, 자신들이 이렇게 다른 문명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런 삶의 방식이 자신들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은 다른 문명의 방식을 거부한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던 남자들은 도구를 내던지고 베이데락족이 제공한 거대한 기계들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도 길이 1,000개나 나 있는데 고속도로가 왜 필요하지?' 그러고 나서 그들은 오래된 산길과 오솔길을 따라 남쪽으로 출발했습니다." (224쪽)

 

문명을 대표한다는 족속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을 유지하는 것. 성장과 개발을 우선시 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소설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으니, 한편 한편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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