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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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공지영. 이름이 꽤 알려진 사람. 소설로도 그렇고, 사회 참여글로도 그렇고, 다른 이유로도 그런 사람. 젊은 시절에 공지영 작품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리고 공지영이 쓴 '수도원 기행'을 읽는 적도 있고. 최근에는 '의자놀이'를 마지막으로 공지영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글을 참 잘 쓴다고 느꼈는데, 그런 공지영이 섬진강변에 자리를 잡고 산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섬진강도 좋고, 지리산도 좋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


참 한적하고 여유로운 유유자적하는,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물아일체의 경지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거부하게 만든다. 처음에 이런 말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죽어도 될 이유를 30가지도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굴곡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가 있을까 싶다.이 문장 하나로 공지영이라는 사람이 다사다난했던 삶을 살았구나 하고 느낄 수가 있다. 그러다가 '사람이다'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표현에 눈길이 머문다.


과거형이다. 과거형이라는 말은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아니, 죽어야 할 이유는 30가지도 더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책의 제목처럼) 살아야 할 이유를 30가지도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래서'라는 말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어울리게 공지영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통해서 드러내 보인다. 


공지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살아간다. 세상을. 주변이 바뀌지 않아도, 주변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에는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자신의 현재에 집중한다.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간다가 된다. 자신의 삶에서 겪었던 수많은 고통들은 이제 삶의 무늬로 되살아난다. 그렇게 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겠지만 그 과정들을 거쳐 지금의 공지영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후배들의 고민에 덧붙여 이야기한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들을 겪었겠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어려움들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지금-여기-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려 한다. 우리는 자꾸 오지도 않을 미래를 걱정하고, 바꾸지 못할 과거 때문에 괴로워 하며 산다. 또 자신이 바꿀 수 없는 남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짧은 생인데...


그러니 '지금-여기-나 자신'을 늘 생각해야 한다. 현재를 살아야 한다. 어려움이 있다고 그 어려움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그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그러면 '그 또한 지나가게 되라라'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바로 지금-여기에서.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신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으니. 그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바로 '지금-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


세 명의 고민하는 후배들이 나온다.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고민들이다. 그런 후배들의 고민에 대해 공지영은 자신이 살아온 길들을 보여주면서 그 고민에 대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우리들 삶을 성찰하도록 한다.


거창한 말이 아니라 바로 일상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마음을 열게 하고 있다. 그래서 '공지영의 섬진 산책'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섬진 산책과 더불어 '마음 산책'을 하게 된다.


세상이 그래서가 아니라 세상이 어떻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점점 행복해지기로 했다"는 책 표지의 말마따나 우리 행복해야 한다. 그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가끔 잊는 그것,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된다. 자ㅡ, 내게 죽을 이유가 30가지도 더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살아야 할 이유가 30가지도 더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 행복은 남이 줄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지금-여기'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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