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 2034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엘리트 계급의 세습 이야기 이매진 컨텍스트 72
마이클 영 지음, 유강은 옮김 / 이매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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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능력을 무엇으로 측정할까? 이런 기술적인 문제에 매달리면 도대체 왜 사람의 능력을 측정해야 할까? 라는 질문은 사라지고 많다.


능력을 측정한다는 말은, 무언가 순위를 매긴다는 말이고, 순위를 매기는 일은 차이를 드러내고, 그 차이에 따른 대가를 다르게 지정한다는 뜻이다. 결국 능력을 측정한다는 행위 자체에는 이미 차이가 포함되어 있다. 단지 차이를 인식하는 것으로 끝나면 좋지만, 그 차이가 차별로 전환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왜? 대가에 차등이 생기기 때문이고, 이 대가로 인해 생활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그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너는 능력이 없으니 그런 일을 해야 하고,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해라고 누구나 생각하는 사회.


그래서 능력에 따라 사람을 대하게 되는 사회가 과연 행복할까? 도대체 왜 우리는 능력을 측정하고 순서를 매기려고 할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아닐까?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평생을 보내지 말라고, 그러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능력을 측정해서 보여주는 것일까?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평생을 매달렸다고 과연 행복하지 않을까?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 행복할까? 그 일을 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일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능력을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 그것도 능력을 '지능+노력'으로만 정리할 수 있을까? 노력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 노력은 지능에 비례한다고 하면, 결국 지능 하나로 결정이 된다고 할 수 있는데...


모든 국민의 지능을 검사해서 숫자로 나타내고, 구간을 설정해 등급을 나누고, 그 등급에 따라서 해야 할 일과 받아야 할 대우가 정해진다면? 그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게다가 지능을 여러 차례 검사하던 것에서 과학기술의 발달로 단 한 번의 검사, 그것도 태어나자마자 한 검사 한번으로 미래를 결정한다면 그런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왜 우리나라 수능이 자꾸 생각나지? 이 장면에서)


철저하게 그러한 능력(지능)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대우하는 사회, 그렇게 지능에 따라 다르게 살아가는 사회가 과연 행복할까?


이 책은 사회학이라는 논문의 형식을 띠고 있는 소설이다. 소설로 읽어야 한다. 마치 영국에서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 하고 사실로 읽어서는 안된다. 저자는 미래에 지능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인지... 이 책에 그려진 사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 또한 비극이다.


능력이 있다고 판명된 5%의 소수는 온갖 혜택을 누리며 살지만, 하위 지능에 속한 사람들은 신분제 사회에서나 했었던 하인 역할을 해야 하는 사회. 그것도 이제는 아주 어릴 적 단 한번의 검사로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라면...


그런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귀결되는지를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능력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가 이르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책이 나온 지도 꽤 되었지만 지금 세계는 마이클 영이 걱정했던 '능력주의 사회'로 가고 있지 않은지...


거의 대부분의 일에서 '성과주의'를 표방하면서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라고,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하는 사회가 도래하지 않았는가? 물론 능력주의를 완전히 없애서는 안된다. 마이클 영이 주장하는 것도 이것이다. 


신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아야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만, 모든 것을 능력만으로, 그것도 능력의 일부인 지능만으로 결정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사람의 능력은 다양하고, 또 각 분야에 따라서 필요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만, 단 하나의 요소로 능력을 평가하고 평생을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렇게 다양한 능력이 다양한 곳에서 꽃 피울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 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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