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캐낸 술 이야기 - 재미있는 주사
박일환 지음 / 달아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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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주요 국어사전은 두 개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전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참조하기 쉽고,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전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언어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전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늘 우리나라 사전에 대해서 아쉬움을 지니고 있었다. 사전을 혼내는, 혼낸다기보다는 사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책들도 썼는데, 사전 편찬자들이 받아들여야 할 지적들이 많다. 이 책도 사전에서 찾은 술에 관한 내용들이지만, 우리나라 사전이 고쳐야 할 방향 역시 제시하고 있다.


사전, 말모이라고 하는, 그 나라 어휘들의 종합 아니던가. 그 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을 모아놓은, 단지 어휘들이 아니라, 그 어휘들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 경제, 정치 등등 생활 전반을 알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 바로 사전이다. 그러니 사전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력을 기울여 만들어야 할 그 나라의 보물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 사전에 과연 얼마만한 공력을 기울였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실 가장 먼저 참조해야 하는 책이 사전이고, 또 마지막으로 정리할 때도 보아야 할 책이 사전인데, 보완할 점이 한둘이 아니니,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전에 애정을 지니고 비판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좀더 나은 사전이 되리라는 희망을 지닌다.


이 책은 술에 관한 말들을 사전에서 찾아 우리에게 정리해주고 있다. 단지 술에 관한 낱말 모음이 아니다. 술에 관련된 사람, 일화, 유래 등등 단지 사전에만 있는 사실을 간추려 전달해주고 있지 않다.


사전에 나와 있는 말을 중심으로 부족한 점은 보충하고, 잘못된 점음 바로잡고, 또 그 말과 관련된 다른 사실들을 찾아 정리해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술에 관한 어휘뿐만이 아니라 술의 역사, 술에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다. 여기에 술에 관한 정책도 알게 되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금주령'같은 경우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금주령'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 말이 당연히 사전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다만 '우리말샘'에는 있다. 주금령이라는 말은 있는데...


이렇게 사전이 현실 언어 생활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저자의 지적이 타당하다. 이런 일은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이 책은 이렇게 '금주령'이란 어휘로 끝나지 않는다. 사전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시행이 되었으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니 술에 관한 어휘로 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총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서 서술되어 있는데, 술꾼들을 표현하는 말을 중심으로 하는 1부와 술, 특히 소주의 세계를 알려주는 2부, 옛날 술들의 세계로 안내해 주는 3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4부, 그리고 술을 둘러싼 세계라고 해서 술의 예절, 문화, 정책 등을 5부에서 살펴보고 있다.


세계에서 술 소비량으로 따지면 순위권에 드는 우리나라. 다양한 술과 다양한 술 이름, 그리고 술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까지 넘쳐나는 우리 사회인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사전에 실린 술과 관련된 단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어서 '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술이 우리에게 술술 넘어가듯이, 이 책 역시 술술 읽히는, 읽는 맛도 좋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술을 경계하라 끝내고 있는데, 그 말을 주계(戒) 또는 주고(誥)라고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주고란 말도 사전에 실리지 않았다고 하니, 이런 말은 꼭 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에 나온 세종의 주고가 있는데,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세종 역시 술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으나, 그것이 금주령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경계하는 글을 써서 널리 알렸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와 있다고 해서 찾아보니.. 길어서 링크를 걸어둔다. 읽어보면 술에 관한 책에서 술을 경계하라!로 끝맺음을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적당해야 가장 좋은 것이 술이니...


조선왕조실록 (histor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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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04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어사전을 들여다보고 싶은 맘이 들게 하는 책이네요!
우리 국어사전 진짜 문제 많죠.. A단어의 풀이가 B라서, B를 찾아보면 A라고 나와 있는...ㅠㅠ

kinye91 2021-02-04 14:09   좋아요 1 | URL
맞아요. 국어사전에서 낱말 찾다가 계속 낱말 여행한 적도 있어요. 붕붕툐툐님 말처럼 찾다찾다 보니 처음 낱말인 경우도 있고요. 국어사전 중요하니 이런 책처럼 하는 비판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