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언컨택트, 언택트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나 보다. 우리는 직접 만남에서 소리를 통한 만남으로, 그 다음에는 소리가 아닌 문자를 통한 만남, 그것도 아닌 그냥 비대면이라고 하는, 서로가 접촉을 하지도 않고 물건을 통해서만 만나게 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서 배달음식들도 이제는 용기를 회수해 가지 않는다. 배달하는 사람들도 그 업소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특정 플랫폼에 소속되어 있으니, 어떤 물건을 통해서 우리는 소속감을 느낄 수도 없다.


  그냥 문자로 신청하고, 내게 온 물건을 소비하면 끝이다. 그 물건을 만든 장소가 어디인지, 누가 배달했는지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렇게 우리는 비대면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없다. 그냥 물건들만 돌아다닐 뿐이다.


함성호 시집에서 '자장면은 전화선을 타고 온다'는 시를 읽고 이 시가 지금 우리 현실을 앞서 경험했다는 생각을 했다. 


자장면은 전화선을 타고 온다


자장면 왔습니다

자장면집 배달원이 자장면을 가지고 왔다

거기 놓으세요

가장 어린 직원이 신문지를 편다

야근을 자장면 먹듯이 하는 때

우리는 둘러앉아 자장면을 먹는다

만 사천 원입니다

덤으로 튀김만두도 가져온 배달원은

빈 철가방을 들고 나갔다

우리는 자장면을 먹으며

자장면집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다

어느 집이나 다쿠앙의 맛은 다 비슷하고

배달 오토바이의 종류도 다 비슷하다


우리는 자장면을 먹으며

비닐 랩이 없던 시절에도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그 초절 기교의 배달원들을 생각했다

그때도 자장면집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장면을 다 먹고 빈 그릇을 복도에 내놓으면

언제 와서 가져가는지 모르는

과연 그 자장면집은 어디인가?

전화를 걸어

"자장면"

하면, 오는

말이 이루어지는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문학과지성사. 2010년 초판 4쇄. 54-55쪽.


이 시 역시 언택트라고 하는 비대면의 상황을 말해준다. 자장면집이 어디인가? 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이 물음은 자장면집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비대면의 시대를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비대면의 시대와는 다른 점이 이들은 함께 모여 자장면을 먹는다. 지금은 자장면을 시켜도 함께 먹을 수 없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바꿔놓은 풍습이다. 여기에 배달원은 자장면집 소속이 아니다. 그리고 그릇을 이제는 가져가지 않는다. 


더더욱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어디를 가도 '셀프'라는 이름으로 '키오스크'라고도 하는 기계 앞에서 사람과 만나지 않고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런 시대가 되었다. 물건들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사용이 되고 나면 이제는 재활용품이 되거나 쓰레기가 된다.


그렇게 시대가 변했다. '말이 이루어지는'이라고 했는데, 이때 말은 그래도 사람의 실체를 어느 정도 담고는 있다. 지금은 말도 아니다. '앱'을 통해 다 해결하게 된다. 


20년 전에 쓰인 이 시를 읽으며 지금 시대를 생각하게 되니,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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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30 17: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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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30 1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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