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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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작품을 읽는데 마음이 불편했다. 여성을 성상품화 시키는 사회에 대한 비판? 시작은 이런 생각이 들게 했다. 자신도 모르게 음란 사이트에 나오게 되는 그런 이야기? 한데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소설이 약하다. 이미 그것은 현실에서 비일비재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범죄다. 소설에서 이런 일이 범죄로 다뤄지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작품집에 실린 첫작품 '세실, 주희'는 그런 생각이 들게 하지만, 아니다. 읽어보면 다른 사건들이 겹치게 된다. 아무런 의도도 가지지 않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아니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집단의 흐름에 말려 들어가 있게 된다는 사실.

 

삶은 우연과 우연이 겹쳐 이루어지는데, 이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에게 불리한 환경으로 자신도 모르게 들어가 있는 사건이 등장한다. 하나는 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겪은 일. 또 하나는 일본인이 우리나라에서 겪은 일.

 

그래서 두 사건은 염연히 다르고 또 수동적인 존재도 다르지만 하나로 겹쳐지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건이 있다는 것. 문제는 그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이 소설은 단편이어서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에게 보여준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사건이지만 두 일이 너무도 비슷하고, 우리가 삶 속에서 겪는 일이기도 하다. 이 두 사건을 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읽는이가 정해야 한다.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이기도 하다.

 

총7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이 중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은 '그들의 이해관계'와 '더 인간적인 말',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다.

 

내 복이 내 복으로만 끝날까? 오히려 총량이 있어 내 복은 다른 사람의 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들의 이해관계'라는 소설을 보면 남이 받는 피해에 전적으로 동감하지 못하고, 그가 입은 피해가 내게는 복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역으로 내가 받은 복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는 내가 잘 나간다고 해서 내 능력이야, 내 복이야 하지 말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더 인간적인 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고담준론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의 삶과 관련지어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을 결심한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에게 건네주는 말들이 어쩌면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이지는 않을까 생각하게도 하는 소설인데, 이 소설에서는 그보다는 이상적인 논쟁이 실제에서는 효용성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많은 논제들을 가지고 논쟁을 하던 인물들이 막상 자신들의 눈 앞에 닥친 논제 앞에서는 제대로 말도 못하는 현실. 그래 인간적인 말은 논리와 합리, 그리고 이상에서만 오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현실에서 올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는데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가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움'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피해자다움, 여자다움, 소수자다움... 이게 뭐란 말인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늘 다른 사람일진대, ~다움이라니. 그 말은 사람을 한 틀에 가두고 그 틀에 맞추려고 하는 짓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다움에 사람을 맞추려고 하는 것, 그것은 폭력에 다름 아님을 이 소설은 생각하게 한다.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다움'은.

 

다른 소설도 읽을 만하지만 위에 언급한 소설들이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소설을 통해서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했고.

 

가끔은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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