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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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유명한 소설이다. 꼭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을 때 권하는 소설이다. 여기에 구두쇠의 대명사 스크루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이 소설은 엄청 성공한 소설이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 많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이 소설만큼 많이 읽힌 작품이 있을까 싶다. 어제 크리스마스. 아마도 역대 성탄절 중에서 가장 조용하게 보낸 날이지 싶다. 나가기도 그렇고, 세상이 흉흉한데 뭘 하나 싶기도 하고.


집에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그래, 어렸을 때 읽었던 크리스마스 캐럴을 다시 읽어야지. 스크루지가 어떻게 개과천선 했는지 다시 살펴야지. 여전히 재미 있다. 유령이 나오고, 과거-현재-미래를 보고... 사람이 변하고.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데, 변하려면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구두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빼면 우리는 어제 성탄절을 스크루지가 평소에 보내던 성탄절처럼 홀로 보내지 않았나 싶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니... 즐거운 날도 함께 하지 못하고, 비대면이라는, 화상으로 서로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고 그렇게 보내야만 했으니, 본의 아니게 스크루지처럼 성탄절을 보내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유령이 와야 하지 않나, 우리 생활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고치려고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상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유령이라면, 그 유령은 우리에게 과거를 보고,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과거 유령... 꼰대에서 탈출하는 길


스크루지에게 과거는 자신을 반성하는 길이다. 나때는 말이야 라는 소위 꼰대들의 말이 아니라, 그때는 나도 그랬었지, 그런 일들을 힘들어 했었지 하면서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눈을 갖추게 되는 것.


과거에 잘나가던 나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 했던 자신을 찾고, 그 힘듦을 현재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반복하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과거 유령이 하는 일 아니겠는가.


이미 과거 유령을 통해 스크루지는 변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 과거를 본다는 것은 현재를 성찰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꼰대에서 탈출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과거는 그래서 잊어서는 안 될 그 무엇이다. 우리가 초심을 유지하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유령...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는 길


내 세계에 갇혀 있는 스크루지에게 다른 사람을 살필 수 있는 눈은 없다. 그는 오직 자신만을 본다. 창문이 없는 완결된 단자다. 소통하지 않는, 그 자체로 막혀 있는 존재다. 그런 존재에게 다른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그는 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회적 동물로서 사회에 힘입어, 다른 존재들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다른 존재가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닫힌 세계를 열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현재 유령은 스크루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인식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 자, 스크루지는 이미 변할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행동으로 나아가려면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한다.


미래 유령... 수정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길


예측이다. 막연한 짐작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면, 그 길로 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 길로 가면 반드시 파멸할 텐데,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정확한 예측은 행동을 변화시킨다.


누구에게도 뻔히 보이는 길을 제시하는 것. 지금처럼 살면 당신이 맞이할 미래는 이렇다라고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 


스크루지는 제게 예정된 미래를 본다. 바꿀 수 있다면, 바꾸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그렇게 그는 자신의 행동을 바꾼다. 그리고 그의 미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현재와 미래도 바꾸게 된다.


나만의 변화가 아니라 내 변화로 다른 사람도 변하고, 사회도 변하게 할 수 있다. 그렇게 스크루지는 즐거운 성탄절을 맞이하게 된다. 그가 지내왔던 칙칙한 삶에서 밝고 명랑한 삶으로 나아간다.


자, 코로나19라는 유령은 과거-현재-미래 유령의 결합체다. 이 유령은 현재 우리들 삶에 나타나 과거 우리 삶을, 우리가 진정 추구했던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렇게 살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살펴보게 한다. 


혹 우리 삶이 지구에게는 스크루지처럼 살아가는 삶이 아니었는지, 코로나19라는 유령이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한다고 그렇게 이 소설을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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