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혹독한 추위가 시작되고 있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답다고,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말들을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힘들다.

 

  사람에게도 힘들지만, 자연의 다른 존재들에게도 겨울은 힘들다. 그래서 다들 겨울을 날 준비를 하고, 생존을 위한 적응을 해왔다.

 

  하지만 올 겨울은 더 혹독할 것 같다. 자연에게도 그렇지만 사람에게는 더더욱.

 

  코로나19. 한 해 동안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세계인을 괴롭혔다. 사라질 만도 하지만, 겨울이 되면서 더 기승을 부린다.

 

  질병도 사람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참 견기디 힘든 질병이다. 한 해 내내 이토록 사람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다니.

 

서로의 영역이 붕괴되어 벌어진 현상이라지만, 최첨단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간다는 인간들이 한 해  동안 온전한 백신을 만들지도 못했고, 치료제 또한 개발하지 못한 상태. 이렇게 다시 겨울을 맞이 했고, 없는 사람들에겐 너무도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다.

 

케이-방역이라고 해서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잘 막고 있던 우리나라도 점점 확진자 수가 늘고 있다. 한 해 동안 쌓인 피로감들이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해야 할 이 때, 우리는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조류독감까지 유행할 것이라고 하니, 가금류들 또한 힘든 겨울이 될 것이니...

 

이때 마음의 위로를 주는 시를 하나 발견했다. 나무... 우리들에게 늘 희망을 주는 나무이긴 하지만, 이진희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이 시를 읽고는 우리들 내부에서도 이러한 희망, 뜨거움이 간직되어 있거니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시인의 시들이 '불균형, 불완전, 불일치' (시 '저 구름 멀리 흘러가는 곳'(40쪽)에서)를 다루고 있는 반면에 이 시는 그럼에도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 희망이 있는 한 삶은 있다. 삶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희망'이라고 하지 않았나. 밖은 너무도 춥고 힘들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스함을 준비한다. 언젠가 꽃을 피우기 위해.

 

 나무는 겨울에 뜨겁다

 

내면 깊이 상처 입은 이들이

겨울 별장에 스스로를 유폐한 뒤 상처를 덧내며

악취 풍기는 미로처럼 무자비한 계절에 대한

기나긴 비명을

간신히 썼다

지우기를 거듭하는 동안

 

뜨거워진다, 나무는

침묵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같이 보이지만

 

강철 눈보라

은박지처럼 야박한 햇빛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붙박인

나무의 내부는 그러나

 

온종일 걷는 사람의 단단한 종아리보다

질주하는 동물의 터질 듯한 심장보다

쉼없이 노래하는 사람의 달아오른 성대보다

미친 듯 춤추는 사람의 마룻바닥 같은 발바닥보다

 

뜨겁다

 

차디찬 땅속 깊은 곳 어두컴컴한 뿌리부터 뜨거워서

매번 새로운 봄의 문장을 훌륭하게 완성한다

 

이진희, 실비아 수수께끼. 삶창. 2014년. 64-65쪽.

 

1연은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는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악취 풍기는 미로'에서 헤매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이 속에서도 준비하는 사람이,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는 것. 그 준비가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그래 희망은 있다. 이 겨울, 다시 봄을 생각하며 견뎌내야 한다. 아직 희망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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