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 유튜브 스타 과학자의 하루 세상은 온통 시리즈
마이 티 응우옌 킴 지음, 배명자 옮김, 김민경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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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자런이 쓴 책 '랩걸'을 읽다가 화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단 생각을 했다. 화학이 우리들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화학에 대해서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들 삶은 화학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리가 입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등등 화학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화학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수포자(수학포기자)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는 과학을 포기했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수포자는 결국 과포자이고, 그래서 과학은 우리들 삶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학이 우리들 삶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우리들 삶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과학에서 점점 멀어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학교 교육을 받을수록 몇몇을 제외하고는 과학과는 담을 쌓고 살게 되는데...

 

담을 쌓는다고 과학이 우리 삶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에 하루 생활을 이렇게 화학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니... 경이로운 책이다. 그리고 과학에 관심을, 특히 화학에 관심을 갖게 한다.

 

유튜브로 화학을 알리는 일을 한다고 하는데,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의 화학자 마이 티 응우엔 킴의 책이 쓴 이 책은 화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과학 스피릿을 널리 퍼트리는 것이 나의 진짜 미션이다. (294쪽) ... 나는 다음과 같은 의미로 과학 스피릿이라는 단어를 썼다.

첫째, 세계를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둘째, 사물 내부의 아름다움을 알아본다. 셋째, 무작위 대조 시험을 기뻐한다. 넷째, 충족되지 않는 호기심 갈증을 느낀다. 다섯째, 복합성을 기뻐하고 단순한 대답을 거부한다. 여섯째, 숫자와 사실을 사랑한다. (295-296쪽)

 

이게 어디 과학자만이 지녀할 자세일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자세 아닌가. 그러므로 이런 과학 스피릿은 우리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 점을 자신이 하루 동안 만나게 되는 화학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렇게 만나는 화학 중에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었던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한다는 문제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쓰는 것에 대해선 환경단체들도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수돗물에 일률적으로 불소를 첨가한다는 것을 반대했는데... 화학자가 본 불소에 대한 생각은 바로 이렇다.

 

치약의 불화물 함유량은 철저히 통제되어, 효력을 내되 안전한 농도에 맞춰진다. ... 단, 수돗물에 이 정도의 농도로 불화물이 들어 있으면 위험하다. 명심하자. 농도는 언제나 맥락을 봐야 한다. 양치질의 경우 입안에 한정되고, 치약의 양을 조절할 수 있으며, 대부분 다시 뱉어낸다. (63쪽)

 

수돗물은 그렇지 않다. 치약보다 낮은 함유량을 넣어도 농도는 높아질 것이다. 그러니 수돗물에 불화물을 넣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지자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논쟁이 일었을 때 우리나라 화학자들이 어떤 논리를 제공했는지 궁금하다. 물론 마이의 이 주장도 검증할 필요가 있지만. 마이 자신의 주장에 의하면 말이다.

 

여기에 놀랄 만한 이야기를 읽고, 처음 듣는 말은 아니지만,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제2의 흡연이다'라는 말(83쪽)이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한다.

 

오래 앉아 있는 건 운동을 하지 않는 수동적 행위일 뿐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적극적 행위이기도 하다. (83쪽)

 

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체육 시간을 대폭 늘리지 않았던가. 체육 활동을 주당 4시간 이상은 하라고 하는데... 이것이 너무도 당연함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알게 됐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학생들에게 운동을 권장하고 있나? 코로나19로 쉬는 시간마저 없앤 학교가 많지 않은가. 하루 5-6시간을 꼼짝않고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강요하는 학교라니... 이 책을 읽으니 이건 정말 문제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운동량, 한번 진지하게 연구해 봐야 한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들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단지 학생만이 아니다. 사무원들도 그렇다. 직장인들도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운동할 시간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화학이야기에서 이렇게 운동까지 나아갈 수 있다니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 든다.

 

또 이건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반려 동물과 지내지 않아서 무관심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개나 고양이에게 초콜릿을 먹여서는 안 된다는 것. 초콜릿에 들어 있는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을 개나 고양이는 분해하기가 많이 힘들다는 것.

 

개에게는 초콜릿이 아주 위험하다. 테오브로민을 매우 느리게 분해하기 때문에, 아주 소량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 몸은 독성이 있는 각성 물질을 무해한 다른 분자로 재빨리 바꾸지만, 개의 테오브로민 화학은 그렇게 민첩하지 못해서 분자가 체내에 쌓인다. ... 고양이에게도 똑같이 위험하다. (237쪽)

 

반려 동물과 살면서 그들을 우리 처지에서만 판단하고 대우하면 안 된다는 것을 화학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화학은 우리들 삶과 밀접하다.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새상은 온통 화학이야]다. 화학 아닌 것이 없다. 하긴 우리 몸 자체도 화학이니... 하여 화학은 내 삶을 위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

 

알아야 한다고, 그게 우리 삶을 더욱 잘살게 해준다고 마이는 말하고 있다. 유튜브는 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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