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건축으로 살펴본 한국 현대사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3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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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삶과 떨어져 살 수 없다. 의식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집이 없는 설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집은 우리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건축이 물론 집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주거 형태가 우리들 삶을 옥죄고 있기 때문인데.. 이 책 끝부분에 18. 도시화란 이름으로 아파트가 어떻게 우리 삶에 들어왔고, 우리들 주거 형태의 기본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임대아파트 문제까지 섞이면(5.세그리게이션:강남 개발) 우리 현대사에서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알게 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건축은 어떻게든 우리 삶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책 첫부분(1.건축이란 무엇인가?)에서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건축의 자리는 제3선이라는 말. 건축이 1선이나 2선에 서서는 안된다는 것. 건축은 사람들을 보조하는 자리인 3선에 서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3선에 있어야 할 건축이 1선 역할을 해서 우리들에게 위압적인 존재로 다가오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1선은 무엇인가. 바로 사람들의 행위를 담을 만한 공간(24쪽)이라고 한다. 2선은 사람들의 행위를 받쳐주는 스트리트 퍼니쳐(street furniture-거리에 놓인 가구와 비슷한 개념)라고 한다. 그 다음이 바로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행위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

 

그래서 광화문 광장이나 청계 광장, 또 서울시청앞 광장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건축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 광화문 광장).

 

여기에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장소가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용산과 이태원이다. 군대의 주둔지로 자리매김 되었던 용산과 외국인들이 주로 모이는 곳인 이태원은 예전부터 그런 역할을 하는 장소였다는 것. 그것을 '지니어스 로사이(그 장소의 본래적 성격, 다시 말하면 땅의 정령이라는 의미-40쪽)'라고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 현대로 들어오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한 장소가 발전하면서 임대료가 올라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 개념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4. 젠트리피케이선)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은 공동화되는 도심이 다시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이용해서 특정 집단만이 이익을 올리는 현상으로 변질된 것이 우리 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서로가 살 수 있는 공생의 모습이라는 것. 이런 쪽으로 우리 사회가 바뀌어가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 계층별 주거분리를 의미하는 세그리게이션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 아파트가 대중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계층이 확연히 드러나기도 한다. 여기에 평수로 분류되기도 하는 계층화가 표면으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특히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차별받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

 

이러한 계층별 주거 분리를 막기 위해 소셜믹스라고 계층별 주거 혼합을 하는 형태의 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여겨야 하는데, 아직은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건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 이주민들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모여 사는 곳이 생기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그런 곳들을 다루는데 (6. 모자이크 도시, 9. 철거민과 스쾃운동)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이런 현대사의 흐름과 건축을 연결지어 설명하는 가운데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잘못된 건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7.남영동 대공분실. 9. 철거민과 스쾃운동)

 

건축이 권력에 봉사한 경우. 부끄러운 건축의 역사를 빼놓지 않음으로써, 기억을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더 비극적인 일. 바로 붕괴다. 건물의 붕괴(8.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 우리는 대형 붕괴 사고를 몇 번 겪었다. 성수대교 붕괴도 건축이 겪었던 비극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빨리빨리와 오로지 돈만을 바라보고 지었던 건물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이 사건들을 통해서 알 수 있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처럼 이 책은 청소년들이 건축에 쉽게 접근하도록 쓰여졌다. 읽으면서 건축과 우리나라 현대사를 연결지을 수 있어서도 좋다. 무엇보다도 건축은 건축가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건축은 바로 우리 생활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

 

하여 건축은 꽉꽉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비어 있어야 한다는 것. 그 빈 공간에 사람들의 삶이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건축을 남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라고 여기게 하는 역할을 이 책은 충분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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