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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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슬픔, 분노. 어찌 세상이 이토록 나아지지 않는지.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는데, 노동으로 삶을 잃어야 하다니.

 

최근에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로 숨지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경제력이 세계 몇 위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나라에서, 그 나라를 지탱하게 해주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노동으로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잃고 있는 현실.

 

택배 노동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도 닥친 일이다. 이들은 고3이 되면 현장학습을 나간다. 노동과 학습이 연계된 활동. 예전에는 노동자 대우를 받아 월급을 받기도 했다는데, 요즘은 실습 명목으로 월급이 아닌 수당만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런데 이들에게 가해지는 노동강도가 너무 세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학교는 학교대로 취업률로 지원을 받으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학생들에게 쉽게 학교로 돌아오라고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부모들 또한 마찬가지다. 다 그런 거지 뭐, 라는 말을 하면서 참으라고 한다.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 이들이 선택하는 길은 극단적인 길이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특성화고 출신 사람들이 많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것이 개인 탓인가?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

 

무언가 결핍이 있는 학생이 특성화고에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책을 읽어보면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단지 대학에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 특성화고는 굳이 대학에 가지 않고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아이들이 선택하는 길이다. 이런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고, 또 그들이 대학에 가지 않고도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토대도 마련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 이들이 학교와 사회 양쪽에 걸쳐 있다고 어느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 상황을 고쳐야 한다. 적어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해야 한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지은이는 제목을 이렇게 붙였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알려고 하지 않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제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존재하고,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들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여전히 학력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특성화고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오히려 이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살피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그들도 엄연히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함을.

 

특성화고 출신들이 모여 노조를 만들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들이 자신의 전공과는 동떨어진 취업을 많이 하고 있음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겪고 있는 차별들에 대해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결국 알려고 하지 않는 아이의 죽음일 것이다. 이대로 우리가 계속 외면한다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제는 더이상 이런 아픔이 일어나지 않게 '알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그것은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것임을 생각해야 한다.

 

부끄러웠다. 나 역시 알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의 죽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살려고 하는 노동, 정말 살게 하는 노동이어야 한다. 죽음으로 몰아가는 노동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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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0-21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긴 하지만,,,,평생 주부로 사셨던 엄마는 항상 저에게 노동자로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커서 언제가는 나도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한국을 떠난지 10년이 넘어서) 지금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노동자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적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어요. 극단적인 육체노동정도만이. ˝노동˝이라는 생각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노동의 신성한 가치와 다양한 종류로 이루어진 노동에 대한 바른 인식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kinye91 2020-10-21 08:44   좋아요 0 | URL
‘노동‘에 대한 생각이 아직도 예전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노동이고, 그러한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