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오지 않는다 - 과학기술은 어떻게 미래를 독점하는가
전치형.홍성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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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미래(未來)'라는 말을 그대로 풀이한 것이다. '미래'는 '오지 않다'라는 뜻이니까 말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판치는 이 시대에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그것도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이런 주제로 책을 냈다는 사실이 특이하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시대고, 과학기술이 미래를 이끌 거라는 것에 의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부터 시작하여 나노기술 등등. 과학기술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장미빛 환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미래를 디스토피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책 표지에는 또다른 말이 있다. '과학기술은 어떻게 미래를 독점하는가'라는 이 말을 통해 저자들이 과학기술에 대해서 비판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과학기술에 대해서 비판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이 미래를 완전히 예측하고 이끌어서 우리에게 가져올 거라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주장하고 있어, 과학기술에 비판적이지 않은 현대인들을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쉽게 과학기술에 열광하고,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모든 문제를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고, 또 그렇게 호도해 가는 집단들이 있는 현실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과학기술에서 일어난 예측들이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니 예측불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예측한 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기술도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조건들이 융합되어 있는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은 늘 상반되는 주장을 한 집단들이 서로 자신들이 한 예측이 맞았다는 주장을 하게 하기도 한다. 그만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식인 것이다.


이렇게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제목을 달고 책을 낸 이유가 무엇일까? 미래 예측이 필요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인가? 아니다. 사람은 현재만 살지 않는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이유는 현재를 살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즉, 사람은 현재에 과거와 미래를 함께 끌어들여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된다. 그러니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미래가 온 순간, 미래는 현재가 되어 버리고, 다른 미래를 꿈꾸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이런 인간들에게 일방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일은 문제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미래를 독점하는 현상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서문을 보자.


... 이 책의 제목은 요즘 미래 담론에서 흔히 보이는 확신, 즉 미래를 곧 일어나고야 말 객관적 사건으로 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리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주관성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이 책은 미래를 하나의 담론, 즉 해석과 비판과 논쟁이 필요한 대상으로 간주합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들은 데이터만이 아니라 세계관과 이념을 담고 있으며, 서로 주도권을 놓고 경합합니다. 그러므로 각종 미래상에 대한 꼼꼼한 독해가 필요합니다. (8쪽)


...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우선 우리의 미래 담론이 과학기술 중심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오늘날의 미래 담론은 과학기술이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8쪽)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또한 우리가 과학기술의 성공과 실패를 예측하는 데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 과학기술은 그 역사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경로와 방식으로 성공하거나,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이유 때문에 실패합니다. (9쪽)


"미래는 오지 않는다"라는 선언을 통해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미래에 대해 말할 때 사실 우리는 현재를 놓고 다투고 있다는 점입니다. (10쪽)

 

미래를 예측하려는 사람과 집단은 모두 특정한 종류의 과학기술과 특정한 형태의 사회를 옹호하고 그러한 방향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11쪽)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과학기술이 또는 과학자들의 예측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됨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읽으면서 예전에 월드컵에서 승자를 예측했던 문어 파울이 떠올랐는데,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의 예측 결과가 침팬지의 예측 결과를 결코 넘어서지 못한다는 이들의 주장에 수긍했기 때문이다.


하여 이 책은 끝부분에서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고 꿈꾸는 것은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래를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래야 미래를 꿈꾸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미래 예측은 CEO를 위한 것이 아니라, 문제투성이 현재와 불편한 미래를 포용하면서도 희망을 키우고 연대를 만들어내는 시민들의 실천을 위한 미래 시나리오 작업을 의미합니다. 미래에 대한 이런 상상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면서, 현재 삶과 노력에 의미를 더해줍니다.

  우리는 미래 예측에 홀리는 대신에 바람직한 미래사회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나눠야 합니다. 이런 얘기는 우리가 걸어온 역사에 대한 고민과 성찰에 근거해야 하고,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토론과 협의를 반영해야 합니다. 결국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과학기술이 열어주거나 미래학이 예측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04쪽)

 


서문에서 한 말이 끝부분에서 다시 정리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특정인들의 담론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 미래는 우리 모두가 참여하면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이들의 말을 명심하자.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상들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단지 과학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에도 집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오히려  인문학이 더욱 필요함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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