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교사들의 열두 달 학교생활 - 학교 성평등이 세상을 바꾼다
구세나.박효진.이소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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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을 하는 한 해 내내 페미니즘 교육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를 보여주는 책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교에서 실천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냈다. 페미니즘 교육이라고 해도 좋지만 성평등 교육이라고 해도 좋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여기에 이 책에서 아쉬워 하는 점이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이 아직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과 함께 성교육 모임을 갖기도 하지만, 아직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교사들이 이런 식으로 성평등을 이루는 교육을 하는 것은 페미니즘에 어울리는 교육이다. 이런 교육이 학교에서 계속 이루어진다면 성별로 인한 차별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시작은 3월에 학생들 번호를 나누는 것부터다. 번호 하면 대부분 남학생이 앞번호, 여학생이 뒷번호 또는 성차별을 없앤다는 목표로 한 해는 남학생이 앞번호, 또다른 해는 여학생이 앞번호로 매해 번갈아 가며 번호를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남녀 구분을 없애고 가나다 순으로 번호를 부여하는 학교도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더 획기적인 방법이 나온다. 그냥 제비뽑기로 번호를 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성별로 인해 번호가 부여되는 일도, 또 부모 성에 따라 부여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비록 자신이 원하지 않는 번호가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에 성별이나 성이 작동하지는 않게 된다.

 

두 줄 서기를 할 때 남녀로 세우는 관습이 지속되고 있는데, 그냥 두 줄로 서면 된다는 것. 아무 생각없이 남자 한 줄, 여자 한 줄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 점이 얼마나 성평등에 어긋나고, 성구분을 자연스럽게 고착시키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4월이면 부모와 만나 성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왜 학교에 오는 부모가 대부분 엄마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한다. 학부형이 아니라 학부모이며, 학교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엄마든 아빠든 함께 참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성교육도 마찬가지고.

 

외모 중심주의에 대해서 학생들과 공유하며, 여성들의 생리대 문제에 대해서도 성별을 떠나 함께 경험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만든다.

 

미디어로 인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도 하고, 여성들의 롤 모델울 찾아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인물 중심의 역사에서 남성들이 많이 나오는데, 여성들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려져 있을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다. 가장 평등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학교라는 생각을 하지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학생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젊은 여성인 교사에게 맡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여기에 승진을 하기 위해서 보직을 맡을 때도 여전히 여성인 교사보다는 남성인 교사에게 우선권을 주는 학교가 많다는 것.

 

단지 성별로 인한 차별만이 아니라 경력이나 나이로 인한 차별도 학교에서 꽤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런 것들에 문제제기를 하고 교사 사회부터 바꿔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 표지에 있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학교 성평등이 세상을 바꾼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또 아이들이 배운다는 교육기관인 학교에서부터 성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들 사이에서뿐만이 아니라, 관리자와 교사 간에, 또 교사와 학부모 간에, 그리고 교사와 학생 간에 평등한 문화가 확립되어야 세상이 변할 수 있다.

 

그런 변화를 이끄는데 페미니즘이 한 역할을 할 것이고, 페미니즘 교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그러한 변화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학교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 아이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 이 책을 읽어보면 성평등이 성평등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의 평등을 추구하는 것임을,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임을, 그래서 우리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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