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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 돌아올 수 없는 사막
브루노 바우만 지음, 이수영 옮김 / 다른우리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사막. 그야말로 모래가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곳. 물이라곤 찾을 수 없고 보이는 것은 모래들뿐. 사막하면 그런 심상이 떠오른다. 사막하면 대표적으로 사하라 사막과 고비 사막을 떠올리는데, 예전에 타클라마칸 사막에 대해서도 이름만은 들어본 적이 있다. 실크로드와 관련해서.
유홍준이 쓴 중국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촉발해서 돈황에 관한 책을 읽고, 돈황을 지나 펼쳐져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이렇듯 한 책은 다른 책을 불러낸다.
스벤 헤딘이라는 사람이 1890년대에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한 다음에 책을 냈다고 한다. 그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 매우 고생을 했다고 하고, 현지인 두 명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또 낙타들도 많이 잃고 간신히 물이 있는 호탄 강까지 도착했다고 하는데...
그가 쓴 책을 읽고 그와 똑같는 시기에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가 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또 스벤 헤딘이 사막이 놓고 온 것들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모험을 감행한다.
약 100년 뒤. 그러니까 스벤 헤딘이 살았던 시대보다 더 월등히 성능이 좋은 장비를 갖추고 출발을 하는 것이다. 스벤 헤딘이라는 사람의 기록이 있었기에 물도 더 준비하고... 그가 간 경로를 따라 가는데...
그런데 사막은 우리 인간이 예상한 것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존재할 때가 많다. 타클라마칸 사막도 마찬가지다. 낙타 6마리와 현지인 두 명, 통역할 수 있는 중국인 한 명, 그리고 동료 한 명과 함께 출발한 바우만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에게는 위성으로 위치를 알려주는 도구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먼저 간 사람의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사막이 그의 계획대로 되어 주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물이 떨어지자 낙타들이 죽어 간다. 함께 했던 사람 중 한 명도 낙타에게 걷어차여 더 이상 갈 수가 없게 된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죽음을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다행히 이들은 사막을 무사히 건너 호탄 강가에 도착하지만, 사막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읽으면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을 흔히 고(苦)라고 하지 않는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도 한다.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한다. 함께 가야 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 사람만이 아니다. 다른 존재들에게도 빚을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인생에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또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게 소중했던 존재들을 잃기도 하고, 큰 어려움에 처해 이도저도 못할 때도 있고, 그럼에도 다른 존재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기도 한다. 큰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안도한 순간, 더 큰 어려움이 다가오기도 한다. 마치 이 책의 저자인 바우만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할 때 겪었던 일처럼.
이 책 318쪽에 있는 사막 사진을 보자. 정말 광대한 사막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903/pimg_7744201132660646.jpg)
이 사막에 있는 한 점의 모래와 같은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그만큼 인생은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것처럼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 끝을 행복하게 마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준비를 하고, 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아간다.
어쩌면 이렇게 광대한 사막을 횡단하려는 모험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인생이 이와 같은 모험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진과 먼저 간 스벤 헤딘의 발자취와 그를 통해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는 바우만의 여정이 우리의 인생과 겹쳐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바우만처럼 이렇게 사막을 횡단하지는 못하겠지만, 사막 횡단 이야기를 통해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갖게 해준 책이라는 점에서 즐겁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