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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나 광장에서 베르니니와 만나다 - 로마가 사랑한 다섯 미술가
나윤덕 지음 / 을유문화사 / 2014년 8월
평점 :
이탈리아 사람들은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리스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이들은 조상 덕분에 수많은 관광객을 전세계로부터 불러 모은다. 엄청난 문화유산이다. 그리스가 고대 문화유산으로 지금도 득을 보고 있다면, 이탈리아는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수많은 문화예술품들이 남아 있어서 더 많은 득을 보고 있다.
그것도 미술 분야에서 이탈리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술가들을 대보라고 하면 먼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든다. 이들이 모두 이탈리아에서, 그것도 로마에서 활약한 작가들이다. 이들 말고도 더 많은 이름을 댈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카라바조, 베르니니, 보로미니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잘난 조상을 둔 덕분에 로마는 지금도 전세계인들이 한번씩은 들러보고 싶은 도시가 되어 있다. 로마뿐이 아니라 이탈리아 곳곳이 그러한 조상들로 인해 지금도 명성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관광객들이 이러한 문화유산을 꼼꼼하게 보고 지나가는가 하면 아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 휙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도 짧은 시간에, 그것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감상하게 되면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다. 그런 점을 아쉬워한 작가가 로마의 '나보나 광장'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다.
많은 사진들과 그들의 일생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어서 좋다. 읽으면서 재미와 지식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많은 작가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 명의 작가들을 뽑아 그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더 좋다.
미켈란젤로로부터 시작하여 라파엘로, 그리고 카라바조, 베르니니, 보로미니를 다루고 있다. 미켈란젤로야 더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으로 너무도 알려진 사람. 예술에 대한 그의 고집,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심지어는 교황에게도 굽히지 않는 성정들에 대해 이 책은 잘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 미켈란젤로와 다른 성정의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으로도 유명한 그가 그 그림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얼굴과 자신도 등장시키고 있다는 것.
빛을 너무도 잘 살린 카라바조. 성당 건축부터 조각까지 능력을 발휘한 베르니니와 보로미니. 하지만 사이가 너무도 나빴다는 협조자에서 경쟁자로 변한 그 두 사람의 관계까지 이 책에서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된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작품 사진들, 성당 사진들을 통해 이들이 만들어낸 예술 세계를 만날 수가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는 책.
로마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가고 싶은 마음을 늘 지니고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그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는 책이다. 아마도 로마에 가게 된다면 가기 전에 꼭 다시 읽고 또 지니고 가고 싶은 책이다.
자, 이 책에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 왜곡되었다는 것. 시스티나 성당에 천장화를 그리는 미켈란젤로. 누워서 천장화를 그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그런 글을 보았더라? 생각은 안 나지만. 이 책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이 어느 것일까?
'흔히 추측하는 것처럼 미켈란젤로는 비계 위에 누워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다. 그가 설계한 구름다리 형태의 비계 위로는 일하는 사람들이 서서 걸어 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비계 위에 올라선 미켈란젤로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팔을 위로 쭉 뻗은 자세로 천장에 그림을 그렸다.' (77-79쪽)
아마도 오랜 세월에 걸쳐 그림을 그리려면 누워서 그리기는 힘들었으리라. 그렇다 해도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 눈과 몸이 망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이런 글들이 이 책 곳곳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