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좀비스 스토리콜렉터 35
스티븐 킹 외 33인 지음, 존 조지프 애덤스 엮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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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방대하다. 다 읽는데 좀비들이 그렇게 느리다고 표현하던데, 그만큼 읽는데도 좀비만큼이나 오래 걸렸다. 한 구간을 가는데 천천히, 비틀비틀 그렇게 가는 좀비들.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는 좀비 소설들.

 

무려 900쪽이 넘는 작품집이다. 소재는 모두 좀비다. 주제는 소설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좀비들에 관한 소설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사람들의 어떤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어떤 욕구일까?

 

나는 왜 좀비 소설을 읽을까? 사실 좀비 소설을 읽는 이유는 영화 '월드 워 Z' 때문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좀비들을 그렇게 무차별 학살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

 

좀비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 곁에서 함께 숨쉬며, 웃으며, 울며 지냈던 사람 아닌가? 죽지 못하고 시체로 소생한 존재는 사람이 아닌가? 사람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단지 겉모습이 흉측하다고 좀비를 함께 해서는 안될 존재로 여기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전세계에서 좀비 소설이 읽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좀비 소설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나? 좀비는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 좀비는 과거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의 형상을 지니고 있는 (그것도 완전한 형상이 아니라 여기저기 찢기고 깨지고 훼손된 형상으로) 존재일 뿐이다.

 

그냥 형태만 사람일 뿐. 그들에게는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렇게 좀비를 파악했다. 한데, 이 소설집에 있는 '해골 소년'이라는 소설을 보면 좀비도 생각을 한다. 작전도 세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좀비가 부른 노래'라는 소설을 보면 좀비가 되어 죽지 못하는 음악가가 자신을 죽여달라는, 이제는 쉬고 싶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 좀비라고 다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좀비는 무엇이다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다만, 이들은 자가증식을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데서 얻을 수밖에 없다. 생각하든 생각하지 못하든 좀비는 스스로 재상산(?)을 하지 못한다. 즉 생물이면 자가증식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라면 자식을 낳을 수 있어야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가 그렇다는 얘기) 하는데, 좀비들에게는 그것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들은 그래서 생물이 아니다. 한때 사람으로 살았지만 사람의 형상을 지니고 그대로 사라지지 않는 존재, 좀비. 그들은 분명 위협적인 존재다.

 

이것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을 때, 즉 영원히 살아 있을 때 인간 사회에 닥치게 될 위험을 좀비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영원히 죽지 않는다면, 그 사회에 득시글 대는 인간들이 과연 행복할까?

 

너무도 많은 인간들로 인해 지구는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지옥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죽음은 너무도 무서운 존재이지만 또한 죽음이 없는 세상 역시 좀비 세상처럼 무서울 것이다. 그러니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제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을 이런 좀비 소설들이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총34편의 좀비 소설이 묶여 있다. 다양한 좀비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들.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다른 좀비들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좀비들에 대한 관점도 다양해서 수많은 좀비들을 만날 수도 있다.

 

다시 영화로 가보자. 좀비를 세상에서 없애는, 좀비와 전쟁을 벌이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것은 사라져야 할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 인간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형기의 시 '낙화'처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좀비는 가야 할 때임에도 가지 않는 존재이기에 흉측한 존재를 넘어 퇴치해야 할 존재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 삶이 그렇지 않겠는가. 있을 때와 가야 할 때를 구분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사람다운 사람 아니겠는가. 그것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좀비와 다를 바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진실.

 

너무 두꺼워서 읽는이를 질리게 하지만 그래도 한편 한편이 단편이어서 천천히 읽으면 재미도, 생각도 누릴 수 있는 작품이다. 좀비 문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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