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는 두 시다. '길찾기' 또는 '집찾기'라고 할 수 있는 공통점을 지닌 시. 그러고 보니 이 시집에는 '찾기'가 많다. 숨바꼭질, 숨은그림찾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직소퍼즐 등
삶 자체가 찾기 아니겠는가? 삶을 찾아서 가는 여정. 그 여정은 죽음으로 끝난다. 그래서 끝나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 찾을 수밖에 없다. 찾는데 어떻게 찾나? 내 발자국만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내 발자국은 이미 내가 지나온 흔적이기 때문이다. 찾기는 내가 지나온 곳이 아니라 갈 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어떻게? 함께 찾기에 나서는 신발을 멀리 던지면 찾을 수 있을까? 아니다. 신발을 너무 멀리 던지면 길을 잃고 만다. 시 제목처럼.
그렇다면 너무 멀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발자국도 아니면 어떻게 '찾기'를 해야 하나? 자칫하면 찾지 못하고 빙빙 돌거나 제때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내게는 이 시집 제일 앞에 있는 '시인의 말'이 바로 시다. 찾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생각했지/창밖으로는 꽃들이 지나갔는데//언제까지고 계속될 듯한/한낮이 있어서//언제든 제대로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여전히 나는 의자에 앉아 있고/다음 정류장은 보이지도 않고'
그렇지만 찾아야 한다. 그런 '찾기'를 보여주는 시가 바로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와 '발자국을 지나다'라고 생각한다.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저녁 강에 던져진 꽃들이
오늘, 강기슭에
낱장의 꽃잎으로 떠오르고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모레톱에 찍힌 발자국에는
지난밤 큰 물고기를 물가까지 끌고 나온 수달이 있고
들쥐를 쫓는 너구리가 있고
황조롱이 한 마리 앉았다 날아오르고
나는 아직 젊어서
어지럽게 흩어진 발자국들을 꽃잎이라 불러본다
나는 조금 더 앉아 있기로 한다
아직도 지나가야 할 발자국이 많다고
떠오른 낯장의 꽃잎들
집에 가려면
더 많은 발자국들의 쇠락을 겪어야 한다
박진이,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걷는사람. 2019년. 76-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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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을 지나다
돌아가야 했다 길을 잃었을 때는 가장 가까운 발자국을 찾으라고 할머니가 어두침침한 말투로 일러주었었다
평생을 강 근처에서 살았기 때문일까 모래톱에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들은 생김새가 비슷했다 신발을 던졌다 그리고 딱 그만큼만 맨발에 흙을 묻히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웬일인지 나는 강으로부터 더 멀어져 있었다
수달 너구리 새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면 해가 지겠지 나는 강이었다가 꽃잎이었다가 발자국이었다가
겁(怯)이라면 수백 번 수천 번 나를 지나간 겁(劫)이라 하겠다
박진이,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걷는사람. 2019년. 78쪽.
나 홀로 가지 못한다. 다른 존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미 내가 갈 곳을 간 존재들. 그런 존재들의 흔적, 발자국을 따라 가면 집으로 갈 수 있다.
집찾기, 길찾기. 인간만의 힘으로 찾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과 함께 할 때 찾을 수 있다. 신발을 너무 멀리 던지지 말자. 주변을 살펴보자.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