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집을 만나면 반갑다. 한국문학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한 작고문인 선집이다. 이런 작업을 한 출판사와 문학관련 사람들이 고맙다.

 

  자칫하면 잊혀질 문인들을 이렇게라도 우리 곁에 있게 한 것이 반갑고 고맙다.

 

  이동주 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본 시가 있다. 혼야(婚夜)와 강강술래는 예전에 본 시다. 이동주라는 시인 이름이 내 기억 속에 있는 것은 이 시들이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다는 얘기리라.

 

이동주 시를 읽으면 한폭의 수채화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칼라보다는 흑백 사진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 예전 모습을 풍속화로 그려놓은 듯한 시들이 있는데, 그런 시들을 읽으며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과거의 모습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잔잔하다. 마음이 편하다. 어려운 말도 별로 없다. 다만 사투리가 쓰여 있어서 생소한 어휘들이 있지만, 오히려 토속적인 멋을 드러내고 있다.

 

시들이 길지도 않아서 읽기도 편하고. 예전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는 면에서도 좋다. 긴 시가 전집에 한 편(사모곡) 있는데, 그 시는 시인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시로 쓴 것이다. 시집 와 고생하면서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에 대한 정을 시인은 이렇게 시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예전 어머니들이 자신들이 재능을 펴지 못하고 한평생을 보낸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시인의 첫시집인 [혼야]에 어머니의 글이 실려 있다. '서문에 대하여' 라는 김현승의 글 다음에 '동주에게'라는 어머니의 글. 시인은 그만큼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어머니가 쓴 글 가운데 '너 어려서 입버릇이 첩첩이 쌓인 내 포한을 글로써 풀겠다더니 그예 시 쓰는 법을 배우고 말았구나'라는 말. 이런 어머니의 삶이 바로 시 '사모곡'에 잘 나오고 있다.

 

시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강강술래'를 보자. 운율도 잘 살아있어서 읽기에도 좋다.

 

  강강술래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 래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 밭에

공작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송영순 엮음, 이동주 시전집. 현대문학. 2010년.  57-58쪽.

 

살아 있을 때 많은 시집을 내지는 않아서 그래서 더 소중한 전집이다. 자칫하면 사라질 뻔한 작품들을 모아놓아 우리 곁에 남겨 놓았으니.

 

이런 작업들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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