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녹색평론 이번 호를 기다리게 됐다. 이번 호에서 분명 코로나 19를 다룰텐데, 어떤 관점에서 다룰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칭찬받는 'K-방역' 쪽으로 논지가 흘러갈 것 같지는 않았고, 감염병 자체만을 다룰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분명 코로나 19 사태는 환경-생태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테니, 그 관점에서 사상 초유라고 하는 이 코로나 19 사태를 분석하는 글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렇다. 코로나 19는 질병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흔히 백신이 개발되면, 치료제가 나오면 아무렇지도 않게 예전처럼 다시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됨을 이번 호에서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이고, 전세계를 팬데믹 상태로 몰고간 이번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를 코로나 19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온 삶의 형태, 또는 근대물질문명, 신자유주의, 성장우선주의, 민주주의와 연결시킨 글들이 많았다. 그렇다. 우리는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는 판연하게 다른 세상일 거라고, 우리는 결코 코로나 19 이전처럼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번 호를 통해서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 19와 관련된 글들 제목만 나열해 본다.
한국형 뉴딜과 재난자본주의(강수돌), 균형재정론은 틀렸다(홍기빈), 팬데믹의 역사가 가르쳐주는 것(프랭크 스노든), 농업·농촌부터 살리는 그린뉴딜을(김해창), 팬데믹과 쿠바의 의료국제주의(원영수), 코로나, 흑인인권, 미국의 실상(전홍기혜)
얼핏 보면 코로나 19와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 에너지에 관한 문제... 이런 글들을 '에너지 전환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거짓 해결책들(메리 와일드파이어), 스크린의 배후-인터넷 접속의 진정한 비용(케이티 싱어),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장병윤)
이중에 건강 문제도 건강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기후위기를 조장하고 가속하는 것이 인터넷이라는 것. 우리가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 얼마나 지구에 해를 끼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 바로 '스크린의 배후-인터넷 접속의 진정한 비용'이란 글이다. 이에 관련된 더 많은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김종철 선생의 글, 아마도 살아계셨을 때 쓴 마지막 글들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코로나 시즌, 12개의 단상'
코로나 19와 기후위기가 연관되어 있다면, 이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 민주주의 실현 없이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기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생태계 파괴가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니,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은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국회. 따라서 '21대 국회를 바라보는 눈'이라는 제목으로
21대 국회가 해야 할 일(하승수), 21대 국회는 국민발안권부터 제정하라(최자영) 는 글이 실려 있다.
한데 21대 국회, 과연 제대로 일을 할까? 이들은 여전히 예전과 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들을 어찌할 수가 없다. 4년동안 속만 끓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주권을 지니고 있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어떤 법률을 만들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을 소환할 권리도 없고.
그러니 이번 호에서 주장한 국회의원들을 뽑는 문제, 세상에 꼼수 정당, 위성 정당이라는 말을 듣는 정당들을 만들어 국회에 들어가고 만 그 행태들을 두 눈 뜨고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말로만, 헌법에만 조항으로 있는 주권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제안을 한 글들은 의미가 있다.
국민들이 제대로 주권을 발휘해야 자신들만이 아니라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위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이 아니라 후손들까지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생태 파괴는 있을 수 없고, 생태 파괴가 멈춰진다면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만사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코로나 19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민주주의의 정체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이번 호를 읽으며 생각하게 됐다. 민주주의 정체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앞세우는 신자유주의, 성장 우선주의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 그것을 극복하는데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함을 생각하게 해준 이번 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