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 농사꾼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 시인이 추구하는 것은 도회적인 삶이 아니라 자연과 어울리는 삶이라는 것.
그래서 시인은 농사꾼의 별이라는 말로 지구를,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농사는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지만, 농사꾼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
이 시집에서는 이러한 농촌, 산촌, 어촌 풍경이 잘 나타나 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것.
어쩌면 우리들 삶을 자연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시인은 자연에 빗대어 삶을 이야기한다.
'봄나무'라는 시에서 보면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사람을, 겨울을 이겨내고 잎을 내는 봄나무에 비유하고 있다. 그렇게 시인은 자연에서 삶을 발견하고 노래하고 있다.
'나무들도 살고 싶다'라는 시를 보면 '아이엠에프로 세상에서 솎여나온 사람들이 / 산에서 나무를 솎아내는데' (100쪽)이라고 하여 삶터를 잃은 존재로 실직자와 나무를 등치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시집의 장점은 따스함에 있다. 가족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자연에 대한 애정, 세상에 대한 애정을 시집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 중에 이 한 시... 어렵지만 그 어려움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 어려움 속에서도 그것을 이겨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며
겨울산에 가면
나무들의 밑동에
동그랗게 자리가 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자신의 숨결로 눈을 녹인 것이다
저들은 겨우내 땅속 깊은 곳에서 물을 퍼올려
몸을 덥히고 있었던 것이다
좀더 가까이 가보면
모든 나무들이
잎이 있던 자리마다 창을 내고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어디에선가 "봄이다!" 하는 소리만 났다 하면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겨울에 둘러싸인 달동네
멀리서 바라보면 고층빌딩 같은 불빛도
다 그런 것이다
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년. 104쪽.
지금, 우리 힘들다. 그러나 우리들 역시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비록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속에서 차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튀어나갈 때를 위해.
시인의 이 시가 어려운 시기에 있는 우리에게 힘을 준다. 희망을 준다. 그런 따스함이 바로 어려운 세상을 버티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시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