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선가 본 시, 이수복의 '봄비'

 

  그냥 읽으면서 아련한 감상에 젖는 시였다. 그게 다였다. 이수복 시인은.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수복 시인이 생전에 낸 시집이 한 권뿐이라니...

 

  시집을 적게 내기로는 서정춘 시인도 만만치 않지만, 그보다 더하다. 시인이 요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필한 것도 아닌데, 시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집을 더 이상 내지 않은 것은 시에 대한 결벽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시 한편으로 사람들에게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시인에게는 영광스런 일이겠다.

 

작은 것에 대한 관심이 잘 표현된 시들이 많은데... 이수복의 대표시라고 할 수 있는 봄비를 읽어보자. 그렇게 사랑을 느끼는 것도 좋을 듯하다.

 

  봄비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벙글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며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장이지 엮음. 이수복 전집. 현대문학. 2009년.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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