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물원이 문제일까? - 10대에게 들려주는 동물원 이야기 왜 문제일까?
전채은 지음 / 반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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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물원에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낯선 동물들을 보면서 신기해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서울에 있는 서울대공원에 가서 많은 동물들을 보면서, 그것도 외국에나 나가야 볼 수 있는 동물들을 보면서 즐거워 하기만 했지, 그 안에 있는 동물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다못해 돌고래쇼도 즐겁게 그것도 줄서서 표를 끊고 들어가 보곤 했으니...

 

그러다 돌고래쇼가 동물학대라는 글을 어디선가 보았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돌고래가 사람들을 위해 쇼를 자발적으로 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자연에 있을 때 그들이 이런 쇼를 하지도 않았을테고. 마찬가지로 물개도 그렇고, 사자도, 호랑이도, 곰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쇼를 하는 것은 철저히 인간중심으로 판단하고 실행했던 것이다. 여기에 이윤이 합쳐져서 더더욱 성행했던 것이고...

 

동물쇼를 비판적으로 보게 되니 이번에는 동물원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과연 행복할까? 동물원이 동물들에게 좋은 장소일까? 당연히 예전의 동물원은 동물들에게 좋은 장소가 아니라 좋지 않은, 그것도 너무도 좋지 않은 장소였다. 좁은 우리에 갇혀, 흙이나 풀이 있는 땅이 아닌 콘크리트로 덮인 우리에 갇혀 있어야 했으니.. 거기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니라 전혀 낯선 곳에서 자기 종족도 아니고 다른 종족과 함께 지내기도 했으니...

 

이런 문제점과 더불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이 책에서 발견하고는 그렇지 했다. 바로 체험동물원이라는 페팅 주(petting zoo)다. 동물들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동물원. 코끼리나 사자같은 동물은 없어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뱀은 좀 그렇지만) 동물들로 운영하는 그런 동물원.

 

아이들이 많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교육적이기도 하다는 이유로 많이 생기기도 했었는데.. 이 체험동물원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선 동물로 이야기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하긴 그 동물의 생태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만지고 먹이주고 떠들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을 만도 하겠다. 또한 생각도 못한 질병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동물로, 동물에게서 사람에게로. 그러니 체험동물원이 우리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142-144쪽에 보면 동물이 인간에게 전해준 병들이라고 해서 몇 가지가 나온다. 동물원을 생각할 때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동물원이 이렇게 동물들에게 좋지 않은 곳이었음에도 꾸준히 동물원이 만들어진 것은 인간의 호기심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목적 때문에 동물원을 운영하는 데서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동물원을 탈출한 동물을 어떻게 대했는가로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동물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동물원이 지금 시대에는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생물들이 각자 자신들이 살아가는 생태영역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이 과거에는 어느 정도 명확하게 구분되고 서로의 영역이 지켜졌다면, 지금은 인간에 의해 모든 영역이 무너졌고, 인간이 침투하여 다른 생물들이 살아가기가 매우 힘들어졌으니 종의 유지를 위해서도 동물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인간이 병주고 약주고를 다하는 셈인데... 동물원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생물의 영역을 존중하고, 더이상 그 영역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성장을 이야기하는 사회에서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엔트로피라는 말을 잘 이해는 하지 못하지만 한번 생긴 것들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따라서 엔트로피 법칙을 지구에 적용하면 인간의 영역은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영역이 늘어나기만 하면 생물들은 계속 자신들의 영역이 줄고, 그 줄어듦만큼 인간과 다른 생물의 교류가 일어나고, 기존에 없던 질병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지금 우리가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감염병들이 이렇게 해서 인간에게 다가온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른 생물의 영역이 계속 줄어드는 것만큼 개체수 또한 줄어들고 있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많다. 이런 때 동물원은 인간이 저지른 다른 종들의 멸종을 어느 정도 막는 역할을 하고, 또 다른 생물들의 생태에 대해 알려주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본이, 돈이, 이익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동물원은 완전히 폐지될 수 없다. 그렇다고 더 늘어나게 할 수도 없다. 동물원의 폐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동물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이 기준에 미달하면 동물원으로 허가해주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윤을 목표로 하는 민간자본에 동물원을 맡겨서는 안 된다. 동물원은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명들이 공존하기 위한 필요악이라는 생각으로 이윤없이 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조직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동물원에서 지내는 동물들이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 생물들의 생태영역을 존중하고, 서로 침범하지 않고 공존하는 길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니, 우선 할 수 있는 일로 동물원이 그동안 해왔던 동물복지에 반하는 것들을 없애고, 동물복지를 우선으로 하면서 동물원이 생물 종들을 유지하고, 그런 방향으로 인간을 교육하는 장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냥 낯선 동물들을 보면서 즐거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들이 왜 동물원에 들어와야 했는지, 또 그 동물들이 처한 상황은 어떤지, 우리가 생태계의 공존과 조화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만 지구에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를 치는 인간으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원에 관해서 어떤 관점을 지니고 싶다면 우선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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