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끝났어요 토피아 단편선 1
곽재식 외 지음 / 요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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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해도 좋고, 영어를 써서 SF소설이라고 해도 좋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우리들의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상상과 지식이 반대될 것 같지만 상상은 지식의 밑받침이 없이는 발휘될 수 없다. 그러므로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해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집의 주제는 유토피아다. 유토피아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상상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주 다양한 유토피아가 지금까지 표현되어 왔다. 이 소설집에서도 각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를 작품을 구현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읽다보면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도 있다. 디스토피아, 절망의 세계인데, 유토피아가 주제인 소설에서 디스토피아를 느끼다니, 그렇다면 이 유토피아 시리즈 말고 디스토피아 시리즈가 있는데 그 소설들에서는 유토피아를 느낄 수 있단 말이 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동전의 양면이다. 세상에 천국만이 존재한다면 그런 세계가 과연 유토피아일까?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의 존재로 인해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공포와 절망이 작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김주영의 '프레스톨라티오의 악몽'은 어두운 세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생각하게 해죽 있다.

 

우리가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고 해서 있는 존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 이것을 꿈이라는 방식의 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사람들, 이것이 프레스톨라티오의 악몽이다. 악몽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잊었을 때, 또는 잊으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잘못된 역사, 부끄러운 역사를 감춘다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다. 악몽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악몽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현실을 바꿔 나가는 것이다. 소설은 그렇게 결말을 내고 있다.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그것이 바로 유토피아임을 생각하게 한다.

 

이와 반대로 행복의 세계에서 불행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소설이 김초엽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다. 갈등, 비난을 모르고 지내는 세상에 살던 사람들이 성년이 되면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리고 몇몇은 돌아오지 않는다. 왜 돌아오지 않을까? 이에 대한 의구심을 지닌 데이지가 순례의 길을 떠나면서 소피에서 글을 남기는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다.

 

이들이 떠나는 순례지는 지구다. 온갖 비난과 갈등과 분리와 다툼이 있는 곳. 그런데 이곳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바로 행복의 나라를 만든 창시자다. 유전자 선택이라는 것을 통해서... 하지만 이 결과는 분리와 갈등으로 끝난다. 그래서 창시자 릴리는 떠난다. 이 릴리를 찾아온 딸 올리브는 자신들이 만든 행복의 세상에서 지구로 가서 죽는다. 왜? 이렇게 행복한 세상을 놓아두고?

 

불행한 세상에서도 행복이 있음을, 유토피아를 떠나 디스토피아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결국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유토피아가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곽재식이 쓴 '로보타 코메디아'는 단테의 '신곡'을 연상시킨다. 다만 지옥을 여행하는 존재가 로봇일 뿐이다. 역시 지옥을 보여주어야 천국을 꿈꿀 수 있다. 구한나리의 '무한의 시작'은 인류의 새로운 시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로운 시작, 그것이 바로 유토피아이어야 한다.

 

이산화의 '전쟁은 끝났어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도 결국 원자(분자)의 결합이라면 이것들을 이용해서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과연 유토피아인지 고민하게 하는데... 화학 작용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것, 이것의 부작용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다'에 나오고 있지 않은가. 또한 많은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아 결합되어 있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유토피아가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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