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생물과 산다 -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
김응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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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과 산다'란 제목을 바꿔 보자. 미생물이 없다면 나는 살 수 있을까? 없다가 정답이다. 미생물이 내 몸에 너무 많아도 내가 살기 힘들지만 없어도 살 수가 없다. 그럼 제목을 '나는 미생물이 없으면 죽는다'라든가 또는 '내 삶은 미생물 때문에 유지된다'라고 바꿀 수 있다.

 

미생물.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존재들. 그러나 미생물 하면 우리는 해로움을 먼저 떠올린다. 바이러스 하면 우선 병을 떠올리듯이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미생물에 대해서 바로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미생물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미생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지만 미생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어렵지 않다.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미생물들이 말하는 이로 나와 자신들이 어떻게 인간들에게 오해를 받는지를 시작으로,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온 미생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러한 미생물들을 탐험한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우리에게 알려준 과학자들. 이들의 노력으로 미생물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들이 너무 많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미생물 세계의 귀퉁이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또한 미생물과 인간의 대결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생물이란 존재를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 여기에 다시 살아남으려는 미생물들의 진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항생제다.

 

처음에는 인간이 완전히 승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미생들이 내성을 지닌 존재로 진화해가고 있다는 것,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인간과 미생물이 적대적인 관계로만 가다가는 끝없는 갈등만 반복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미생물이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생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이익을 주는 경우도 많음을, 미생물이 없으면 우리 인간이 살아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미생물만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른 존재들을 존중해야만 우리 인간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요즘인데... 이 책은 감염병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가장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 똥에 관한 것. 우리는 똥하면 벌써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막는 시늉을 하지만 똥에 있는 미생물들은 우리들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

 

2부 7장의 제목이 '똥값도 금값으로 만드는 미생물'이다. 장 건강이 안 좋은 사람에게 장을 건강하게 해주는 방법은 장이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 있는 미생물을 이식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는 것. 장에 있는 미생물을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똥에 있다. 그러니 똥값은 곧 금값이다.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값인 것이다.

 

오픈바이옴이라는 비영리기관 이야기가 나온다. (102쪽)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친지들의 열망에 과학자들의 호기심이 합쳐져 세워진 비영리기관이며, 안전한 '똥 이식'이 가장 큰 설립 목적(102쪽)이라는 이 기관은 '좋은 똥'을 모은다고 하는데... 조건이 까다롭단다.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똥을 모으는 것, 헌혈이 아니라 헌분이다. 한 회당 40달러란다. (103쪽 참조)

 

왜 그럴까? 미생물 때문이다. 미생물로 우리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식하지? 내시경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캡슐로 만드는 것. 실제로 만들었단다. 오픈바이옴에서.  여기서 우리나라 옛날 명창들 이야기도 나온다. 똥물을 마셨다는 명창들... 그 똥물이 미생물과 관련지으면 건강식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렇게 더럽다고 여기는 똥 속의 미생물들 이야기를 통해 미생물이 우리들 삶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다. 우리는 무균실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균이 없으면 우리 몸 면역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미 우리는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미생물과 함께 살아왔다.

 

이 책은 그런 미생물에 대해서 쉽고도 자세하게 잘 알려주고 있다. 자, 막연히 미생물에 대해서 두려움만을 지니지 말고 그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생활 방식을 만들자. 그러면 된다. 그게 바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필요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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