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배움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냥 스쳐지나가는 해봤다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이번 호에서 말하고 있다.

 

  무엇을 하라고 하면 그것 해봤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긴 온갖 체험학습을 학교에서 또 학교 밖에서 숱하게 했으니, 이들에게 해보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요즘은 학기 중에도 체험학습을 할 수 있어서 해외여행까지 갔다오는 경우가 많으니, 그야말로 해보지 않은 것이 거의 없는 아이들도 많다. 체험의 과잉이다. 그런데 그 체험이 배움으로 전이된 경우가, 또 몸으로 하는 활동으로 익혀진 경우가 얼마나 될까.

 

어쩌면 그 많은 체험들은 진학을 위한 발판 정도에 머물지 않았을까? 자신의 몸에 들어와 배는 것이 아니라 생활기록부 상에만 남는 그런 체험들. 행동이 아니라 글자로 남는, 증명서로만 남는 체험 활동.

 

이런 체험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것이 이번 호다. 그래,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했다. 학교에 들어온 수많은 활동들 중에 과연 배움에 해당하는 것이 얼마나 될까? 배움이 아니라 교육이고, 교육이라기보다는 진학을 위한 스펙쌓기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봉사활동도 점수가 되고 출석도 점수가 되고 다양한 활동은 자기주도적 학습이라고 또 점수처럼 인정이 되니, 체험은 몸에 각인되기 보다 생활기록부라는 이름을 가진 종이에 (종이라기보다는 사이트 또는 서버라고 해야 하나) 기록되는 행위가 되고 만다.

 

그런 체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움이 일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배움이 일까? 14쪽에 이렇게 경험과 체험을 정리한 글이 인용되어 있다.

 

경험이 우리가 세계와 교류하면서 나에게 생긴 일을 의미한다면, 체험은 우리가 세계와 조우하는 과정에서 '살면서 내가 겪는 일'을 의미한다. -고영직, [삶의 시간을 잇는 문화예술교육]. 살림터

 

진정한 교육 경험이 "우리가 세계와 조우하는 과정에서 '살면서 내가 겪는 일'을 의미"한다면 그 교육의 현장은 바로 우리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허윤희, 오늘을 배우는 아이들. 14쪽)고 한다.

 

자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 경험을 하게 할 순간에 직면해 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처음으로 겪는 개학 연기. 개학이 연기되는 일보다 더한 경험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은 이것을 체험했다. 그것도 몇 번이나.

 

이번에는 개학이다.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개학. 일명 온라인 개학이라고 한다. 사상 초유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변화를 아이들은 온몸으로 겪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은 세계와 만났다. 이 만남에서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상황은 같지만 겪는 모습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렇게 겪은 이 순간이 아이들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인지, 아니 이 온라인 개학을 어떻게 여기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주어진 체험이 아닌 스스로 하는 체험이 된다.

 

아마도 어른들은 예전의 경험을 그대로 갖다 붙일 것이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경험 앞에 그들은 과거의 경험을 도입할 것이다. 학교 교육의 형식이 바뀌었는데 내용은 예전 것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다.

 

과거 학교 교육과정을 그대로 복사해서 온라인 교육과정에 붙이기를 할 것이다. 새로운 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하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복사하기-붙이기, 일명 '복-붙'의 천재들. 기성세대들. 아이들은 이와 다를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직 복사할 그 무엇이 없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번 일로 진정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경험이 배움이 되려면' 이것이 이번 호의 주제다. 그렇다. 수많은 경험들, 스쳐지나가는 경험들이 아니라 몸에 배는 그런 경험들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호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너무도 쉽게 말했던 것이 다른 존재에게는 상처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한 글. 홍승은, 아픈 몸이 건네는 질문.

 

너무도 당연하게 아무 생각없이 '건강이 최고야'라고 말했던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경험을 준 글이다. 태생적으로 약한 사람, 앓고 있어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에게 상황에 따라 이 말은 그 사람들을 배제하는 말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것.

 

아픈 몸을 인간 실격으로 판정하는 사회에는 다양한 몸의 서사가 필요하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덕담처럼 퍼지는 사회에서 어딘가 어긋난 몸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는 삶이 하나의 이력서가 아니며, 생산성을 위주로 '인간의 조건'을 따져선 안 된다는 권리 선언이기도 하다. (143쪽)

 

물론 건강은 최고다. 그런데 이 말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능력이 없는 존재로 치부하고 차별하는 의미를 지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더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하면 된다'라는 말처럼... 이 말도 상황에 맞지 않게 쓰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 글이다.

 

하나 더 첨부하면 우리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선거 교육을 하지 못하게 했었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하라고 해도 못하게 되었지만, 교육청에서 하겠다는 것을 불법이라고 했다고 들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학교에서 중요하게 선거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

 

강민정, 민주시민을 위한 선거교육

 

이 글 읽어볼 만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선거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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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지 2020-04-09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확실성 시대에 경험이 배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 될 책(
잡지)으로 보이네요. 학교 고서실 소장 도서로 주문넣고 싶어요. 정성어린 리뷰 발 봤습니다.

kinye91 2020-04-09 11: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교육 또는 배움에 관해서 다양한 관점을 지니게 하는 격월간지라고 생각해요. 학교 도서실에 있으면 좋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