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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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소설이 등장해 사건을 끌어나간다. 소설과 소설 속 소설이 구분이 되지 않게 전개된다. 읽는 독자는 굳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소설 속 소설은 주인공을 행동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추리물이라고 해도 좋고 공포물이라고 해도 좋은 작품이다. 사건의 결말을 알려주지만, 그래서 독자는 이미 그 결말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 그 과정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작품을 끝까지 읽지 않으면.

 

이게 묘미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이 빠졌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 그리고 어떻게에 대한 답.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는 집착이요, 하나는 공포다.

 

사람을 잡아채는 집요한 감정. 한번 말려들면 빠져나오기 힘든 감정이 바로 집착과 공포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두 감정에 휩싸여 있고, 여기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수렁으로 빠져들어간다. 그 수렁 끝에 무엇을 만날지... 생각할 수 없다.

 

생각이 작동하지 않는 감정 상태. 그것이 집착과 공포다. 그런데 집착은 있는 사람, 센 사람이 할 때 무섭다.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상대를 무한정 괴롭히게 된다. 자신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착을 정당화 한다.

 

잘못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집착하는 상대를 없애지 않으면 없다.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다. 이게 강자가 집착할 때 당하는 약자들의 모습이다.

 

공포는 주로 약자에게 다가온다. 겉으로 강해보일지라도 속으로 약한 사람에게 이 공포는 쉽게 자리잡는다. 그에게 자리잡은 공포는 약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자신도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게 한다.

 

집착과 공포가 맞섰다면...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집착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런데 공포를 벗어나는 길이 있다. 유일한 길.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때는 공포가 작동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인다.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할 틈도 없다.

 

집착은 결과까지 계산한다. 철저하다. 그리고 집요하다. 무섭다. 자신만이 존재하고, 나머지 존재들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명령대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정해야 한다. 자신의 뜻에 맞게.

 

이렇게 집착은 사랑도 소유하려 한다. 나를 상대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나에게만 맞추려고 한다. 이런 집착은 사랑을 죽음으로 이끈다. 파멸로 이끈다.

 

이때 누군가가 자신의 소유물을 (?짜증나는 표현이다.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없는데...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절대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집착에 빠진 인간들이다) 건드렸을 때 참지 못한다.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분노로 표출된다. 같은 방식으로 복수를 해야 한다.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공포... 이성적인 행동을 가로막는 그 무엇. 하지만 이 공포는 극복될 수 있다. 극복해야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공포에서 사랑은 상대에게 나를 맞추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위해서 자신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다. 이렇게 소설은 집착과 공포, 두 축을 중심으로 네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이 전개된다.

 

긴박한 내용 전개. 추리를 필요로 하는 사건들. 결말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다. 집착에는 돈의 힘을 가진 영제가 있고, 공포에는 육체적인 능력은 탁월하나 소심한 현수가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며 우리를 소설 한복판으로 이끌어 가는 승환이 있고, 사건의 핵심 연결고리가 되는 서원이 있다.

 

그리고 소설은 주인공 서원의 관점에서 시작에서 서원의 관점으로 끝난다. 나머지 사건들은 소설을 읽으며 채워나가면 된다. 집착과 공포 사이. 같은 사랑이라도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소설을 읽어가면서 알게 된다.

 

사건을 풀어가는 작가의 솜씨가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한번에 주욱 읽게 되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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