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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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쓴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이다. 우리나라에 번역이 된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좋은 책이다.

 

좋은 글은 오래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거꾸로 해도 좋다. 오래 살아남은 글은 좋은 글이다. 그렇지 않다면 오래 살아남을 수가 없다. 톨스토이가 셰익스피어를 비판하는 글을 읽고 오웰이 쓴 글에 나오는 말.

 

'궁극적으론 문학작품의 가치를 판별하는 기준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느냐 말고는 없다. 생존이야말로 그 자체로 다수 의견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지표인 것이다.' (352-353쪽)

 

어떤 작품을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 전에 그 작품이 얼마나 오래 우리 곁에 있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많은 비판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살아남은 책은 무언가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으려 해야 한다. 아마도 그런 책들은 우리 마음을 울리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 말에 따라서 톨스토이가 셰익스피어를 비판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오웰은 주장한다.

 

그러면 이 기준을 오웰에 적용해 보자. 그는 좋은 작품을 쓴 작가인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가 쓴 작품 중에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작품으로 [동물농장], [1984], 그리고 [카탈로니아 찬가]가 있다.

 

그래서 이들 작품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오웰을 대단한 작가라고 여긴다. 지금까지도 이 세 작품은 꾸준히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들과 마찬가지로 저널리스트로서의 오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제목이 된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도 실려 있지만 한편 한편 조지 오웰의 인생과 관련지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그가 버마에서 생활할 때 어떤 느낌으로 어떻게 지냈는지를 초기 글에서 알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해 느꼈던 점들도 이 책에 실린 글들을 통해 알 수 있고, 더불어 그가 전체주의에 대해 얼마나 비판적인지를 알 수 있다.

 

전체주의에 대한 반대, 그것이 [동물농장, 1984] 같은 작품을 낳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전체주의에 대한 반대는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온몸으로 겪게 된 결과일 수도 있다.

 

오웰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들은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글을 쓴다고, 또 써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치적인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는 글쓰기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팜플렛이지 예술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던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294쪽)

 

지난 10년을 통들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성을, 곧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 나는 앉아서 책을 쓸 때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겠다고'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건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이나 주목을 끌어내고 싶은 어떤 사실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나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남들이 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미학적인 경험과 무관한 글쓰기라면, 책을 쓰는 작업도 잡지에 긴 글을 쓰는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297쪽)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300쪽)

 

글은 작가의 생각을 대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정치적이지 않다는 말, 그런 글을 쓴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오웰의 말,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치적인 글쓰기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 또 예술적으로 잘 형상화되었는가를 따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이 오래 살아남는다. 좋은 작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수많은 작품들이 나왔다 사라졌다. 당대에는 큰 인기를 끈 작품도 있었다. 반대로 당대에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한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떤 작품은 꾸준히 읽히고, 어떤 작품은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져 간다.

 

적어도 오웰은 지금도 읽히는 책을 썼다. 좋은 작품을 쓴 작가인 것이다. 그리고 그가 글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인간 오웰을 알 수 있는 책이기에 더 좋다. '정말, 정말 좋았지'라는 글을 보면 반어적인 표현인데, 그의 학창시절을 엿볼 수 있다. 그의 학창시절을 통해서 교육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왜 쓰는가. 무언가를 남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쓴다. 그런데 왜 쓰는가 만큼 중요한 것이 어떻게 쓰는가일 것이다. 예술 작품에서는. 오웰은 그런 점에서 성공한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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