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제 민주주의, 이대로 될까'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 결국 선거다. 내 의견을 대신해 줄 사람을 뽑는 투표. 그리고 끝.

 

  아마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이렇게 투표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정말 민주주의일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내 의견을 반영해 줄 거라 믿고 투표했는데, 정작 국회에 가서, 지방의회에 가서, 또 지방자치단체장이 되어 내 의견과 반하는 정책을 펼치면, 그때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아무런 대책없이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지. 국민(주민)소환제도가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길거리로 나서는 일이나 또는 법에 호소하는 일밖에 없는데, 법에 호소하는 일은 우리 일을 법에게 넘겨주는 꼴밖에 되지 않으니 좀 그렇고 -지나치게 거대해진 사법 권력은 우리들 위에 군림하게 된다. 이것도 조심해야 한다-, 길거리에 나서는 일은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게 대의제 민주주의가 지니는 문제다. 대의제라고 하지만 과연 대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대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대처 방법이 없는 것이 지금의 대의제다. 이것을 보완하겠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자고 했지만,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기껏 만들어 놓은 대의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것도 겨우 30석에만 적용하는 무슨 한계를 정한 비례대표제도.

 

그것도 묘수라고 하는 꼼수를 쓰는 정당이 있으니 민의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대의제는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녹색평론에서 우려하는 점도 이 점이다.

 

제대로 대의를 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대의제 민주주의로만 정치체제를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

 

숙의민주주의를 도입하자는 말도 있고, 준연동형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그것도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지금 현실에서는 대의제를 없앨 수는 없으니...

 

직접민주주의에 대해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대의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의제가 말 그대로 대의가 될 수 있도록, 시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아니면 대의제와 더불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고. 선거 때만 주권자가 되는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한다. 녹색평론이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감염병 확산이 잘 마무리 되면(그렇게 되어야 한다)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이 대표적인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과연 내 의사를 잘 대변하는 사람, 정당을 선택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번 호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글은 채효정의 '문재인 정권 3년을 돌아본다'다. 촛불로 인해 탄생한 정부가 이제 임기 반환점을 넘어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이제부터 제 속도를 유지해야 할 때다.

 

남 눈치를 보면 자기 속도를 잃는다. 자기가 생각했던 대로 달려 나가야 하는 때... 정부도 마찬가지다. 마라톤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어느 지점까지는 이끌어주지만, 그 이후는 자기 힘으로 달려야 한다. 자신의 속도로, 자신이 계획한 대로.

 

정부도 마찬가지다. 전 정권이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 준 것이 1-2년이라면, 이제 반환점을 돌아선 지금은 오로지 이번 정부의 능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자신들이 내세웠던 공약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공약을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대의제 민주주의에 걸맞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점검해서 적어도 공약의 3/5 정도는 실현되었다는 자체 평가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했는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왜 이 정부를 국민들이 선택했는지, 국민들이 지닌 염원이 무엇이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 점검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에 했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또 처음에 지녔던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해서는 안 된다. 채효정의 글과 같은 비판을 읽으며(들으며) 자신들의 정책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쓴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슴, 그리고 실행할 수 있는 손과 발을 지닌 정부였으면 좋겠다. 그런 정부라야 대의제 민주주의로 운용되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녹색평론 171호를 읽으며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 정치, 경제, 생태, 환경 등등... 내 삶을 유지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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