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눈에 보일까? 보이지 않는다고도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바람을 직접 볼 수 없지만 우리는 바람이 분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소리를 듣지 않고도 바람이 분다고 눈에 보이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만큼 바람은 눈에 띄지 않지만 눈에 띈다. 자신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에게 자신의 무늬를 새겨놓음으로써.

 

  이런 바람의 무늬를 사진으로 담고 또 시로도 남겨 놓으면 우리 역시 바람의 무늬를 볼 수 있다. 아니 바람을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 사이트에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들어가 '*바람'을 쳐서 검색해 보면 무려 175개의 단어가 나온다. 이 중에는 같은 의미를 지니는 말도 있고 또 자연현상인 바람이 아니라 사람이 일으키는 바람도 있다.

 

이렇게 많은 낱말이 만들어졌음은 우리의 삶과 바람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삶에서 바람을 빼고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자연현상이든 인간의 일이든.

 

가령 지금 우리나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만 해도 그렇다. 이 미세먼지가 온 세상을 부옇게 덮고 있을 때 우리는 바람을 간절히 바란다. 미세먼지를 날려보낼. 고마운 바람이기도 하다. 반면 미세먼지를 몰고오는, 황사를 몰고 오는 바람은 제발 오지 않았으면 하기도 한다. 또 따뜻한 바람을 기대하기도 하고, 태풍과 같은 바람은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렇게 바람은 바람이되 우리들 마음은 다양한 감정을 지니게 된다. 같은 바람은 없다. 다 다른 바람이다. 이런 바람이 우리 눈에 띄게 남겨놓는 무늬 역시 다 다르다. 그 무늬를 보면서 바람에 고마워하기도 하고 바람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 사진시집에는 많은 사진과 시가 실려 있다. 사진과 시. 디카시라고도 하고, 사진시라고도 한다. 둘을 같은 의미로 쓰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 변별을 두기도 한다. 이 시집은 사진시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그러니 사진시집이라고 하자.

 

사진과 시가 따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융합되어 있다. 사진은 시를, 시는 사진을 품어 더 깊고 넓은 파장을 일으킨다. 이 둘이 각자 다른 파장을 일으키다 서로 합쳐 또다른 파장을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

 

바람이 다른 존재에 자신의 무늬를 새겨놓듯이 이 사진시집은 우리 마음에 새로운 무늬를 새겨넣는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십진법의 세계에서 1+1=2라는 자명한 공식이 이진법의 세계에서는 1+1=10(2)이 된다는 사실.

 

그렇다. 자릿수가 달라지는 것이다. 형식적인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인 결합을 하게 되는 것. 이 시집을 읽으며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오른쪽 사진을 보자. 제목이 심원(心願)이다. 마음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이다. 두 개의 공기. 그러나 이 공기에는 보이지 않지만 물이 담겨 있을 것이고 물은 다시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있을 것이다. 이 물에는 사람 마음의 무늬가 있을 것이고.

 

여기서도 바람이 나온다. 이 바람은 물과 공기와 사람과 하늘을 하나로 이어준다.

 

보란듯이 강하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시인은 사진과 시를 통해 바람의 무늬를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대상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데, '바람의 무늬'라는 제목을 '마음의 무늬(心紋)'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만큼 이 사진시집을 읽으며 내 마음의 무늬를 연상했다고나 할까.

 

덕분에 이 '바람의 무늬'를 통해서 내 마음의 무늬를 들여다 볼 기회를 갖게 됐다.

 

코로나19로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다. 이 어려움이 가시도록, 우리가 잘 이겨내도록 마음을 담아 기원해 본다.

 

덧글

 

알라디너인 ure*님이 보내주셨다. 덕분에 좋은 시간 가질 수 있었다. 너무도 고맙다. 또 이 사진시집을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해주신 작가 강미옥 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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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5 0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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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5 1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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