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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얼라이브 - 남자를 살아내다
토머스 페이지 맥비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월
평점 :
무엇이 남자를 만드는가? 근성으로 하는 힘겨루기가 바로 남자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185쪽)
남자 하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이런 폭력성이다. 그것을 용감함이라고 포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용감과 폭력은 다른 개념이다. 용감은 즉 용기는 성별에 상관없이 발휘될 수 있는 자질이다. 자신을 지키려는, 또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굳센 의지가 필요한 일이고,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에게 남자답다느니, 여자답다느니 하는 말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폭력은 좀 다르다. 여성성이 평화와 쉽게 연결이 되고 남성성이 폭력성과 쉽게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금까지 세상은 흘러 왔다. 그래서 남자 하면 힘겨루기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 책에서 남자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을 통해서도 이것은 계속 환기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 안에 있는 남성을 느끼고 남성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두 번의 피해를 당하게 된다. 아니 더 많은 피해가 있었겠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하는 피해는 수를 헤아릴 수 없으니, 이 책에서는 두 번의 피해가 중첩되어 나타난다.
어린 여성으로 추행을 당하는 9세 때 이야기와, 여성임이 밝혀져 목숨을 건지게 되는 29세 때 이야기. 전혀 다른 결과인 듯하지만 본질은 같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존재에게 규정당하는 것이다. 강도에게는 남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녀라는 이유로 아빠(의붓아빠라고 해야 하나, 나중에 유전자 검사 결과 친부가 아니라고 밝혀지니)에게 특정한 존재로 규정당하는 것이다.
자신을 자신이 규정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규정당하는 존재로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여성성을 부정하고 남성성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 그는 그래서 남성이 되려고 한다.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이 남자를 만드는가? 라는 질문은 이렇게 해서 나오게 된 것이다. 단지 생물학적으로 가슴이 없고, 양경(陽莖)이 있다고 남성인가? 그는 가슴 절제 수술을 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여전히 얇고 가늘고 톤이 높다. 테스토스테론을 맞기로 결정을 한 이유도 외면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을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으로 생각되는 특징들이 몸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남성으로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그가 완전한 남성이 된 것인가?
이런 질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완전한 남성, 여성은 없다. 도대체 어디에 기준을 둔단 말인가?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남자를 만드는 것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그가 내보이는 모습이다. (186쪽)
이 말은 외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폭력성이 남성을 대표한다고, 남성으로 살기 위해 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에 책임을 지면 된다는 말이다.
결코 남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 안에 있는 존재를 발견하고 그 존재를 인정하고, 그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무엇이 여자를 만드는가? 라는 질무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언제나 집에 와 있었다. (203쪽)
이 표현으로 남자를 또 여자를 만드는 것은 어느 순간에 확 일어나는 일, 즉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 또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또는 성전환수술을 하거나 법적으로 성전환 인정을 받은 때로부터가 아니라 이미 자신은 그 존재로 살아오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책에서 동생이 했다는 말. 그 말 속에 다 들어 있다.
"누나는 항상 나한테 형이었어." (216쪽)
책 제목 [맨 얼라이브]를 '남자를 살아내다'로 번역하기도 했는데, 그런 만큼 이 책은 성전환자의 이야기다. 논픽션이라고 한다. 사실에 기반한 자신의 이야기라는 거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바꿨겠지만, 사실인 이야기다. 그만큼 성전환자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전환하기도 힘들지만 하기까지의 과정도, 그 다음에 겪어야 할 일들도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함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잘 인정하지 않는 자신 안에 있는 자신을 찾아 살아가려고 할 때 겪을 수 있는 외적으로 내적으로 겪게 되는 괴로움과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성전환자의 삶을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시작하지도 않지만,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을 종점으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들의 삶이 과정이듯이, 이들의 삶도 마찬가지임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