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하라 -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이란 또 하나의 표지를 달고 있는 책이다. 스님이 가신 지 벌써 10년이 되어 가나, 하는 생각.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

 

법정 스님 하면 무소유 하는데, 스님의 책을 이렇게 소유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스님의 책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지 못해. 죽어서까지 소유할 수는 없는 책이지만, 지금 당장은 이 책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하니 어쩔 수 없다. 소유할 수밖에.

 

이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면 더 좋을 듯하고. 스님은 이 책 어느 글에서 '베풂'이 아니라 '나눔'이라고 했다. 내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니 그것은 '나눔'일 수밖에 없다고. 이 책 또한 잠시 내가 소유하고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들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책 또한 나눔을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스님의 말씀을 어기면서 스님의 글을 다시 책으로 엮어낸 의미이기도 하리라. 세상에 스님의 말씀만을 따르는 것 또한 집착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스님 역시 열반에 든 다음 자신의 책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책을 다 불태우라는 둥, 다시는 책을 펴내지 말라는 둥, 그것을 엄격하게 지키라는 것은 또다른 집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 판단하고 할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 집착에서 소유가 나오고, 소유에서 욕심이, 욕심이 다시 다른 사람들을 밟고 나아가게 하고 있으니, 99개 가진 사람이 하나 더 갖고 싶어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것.

 

결국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마음에 달렸다. 그렇다. 집착 역시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출가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이다. 마음이 집착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집착에서 벗어난 마음은 나눔으로 살 수밖에 없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나누고 나누어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일. 마음이 비워지니 자연스레 채울 일이 더 많아지고, 이 채움은 다시 나눔이 되어 다시 비워지고... 텅 빈 충만이라는 역설이 통하는 그런 상태.

 

이 상태에 들면 스스로 행복할 수밖에 없다.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글 중에 파블로 카살스라는 사람 이야기가 있다. 난 처음 듣는 사람인데, 스님의 글을 읽고 이 사람에 대해서 알아야겠다는, 비움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에 대해서 채우고 다시 나눠서 비워야겠다는 그런 생각. 왜? 그가 한 말 때문이다. 음악가인 그, 지휘자로 유명한 그가 자신의 연주를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을 안타까워 하는 대목.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그 나눔의 마음.

 

클래식 음악,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는 탈을 쓴 부유한 사람. 돈과 시간을 얼마든지 낼 수 있는 사람 아닌가. 그런데 노동자들은 어떤가? 이들은 이런 음악을 듣고 싶어도 돈과 시간을 낼 수가 없다. 기껏 시간과 돈을 내어도 이들은 연주회장 가장 끝, 구석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들을 생각하는 음악가. 카살스다. 그러니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유명 음악인이라는 마음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음악을 나누고 싶어했다. 또 나치의 연주 요청을 거부했다는 사람이기도 하니. 법정 스님이 이 사람에 관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바로 이 사람은 나눔을 실천하려 한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부처가 따로 있나? 법정 스님은 따로 없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비우고 나누는 삶을 살면 된다. 그런 삶을 이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마음이 비워지는, 비워지면서 그 어떤 무엇으로 채워지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읽으면서 행복해진다.

 

책 제목처럼 '스스로 행복하라' 그래, 행복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마음에서 온다. 그 마음은 꽉 들어차 있는 마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어 비어 있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에서 행복은 스스로 찾아온다.

 

우리 올해는 스스로 행복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