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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
토니 모리슨 지음 / 을유문화사 / 199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토니 모리슨 소설 중에 두 번째로 읽은 소설. 최근에 다시 번역이 되어 출간된 책이 있지만,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이 책, 아주 오래 전 번역본으로 읽었다. 책 사진이 알라딘에 나와 있지 않으니.. 아주 오래 전에 출간된, 1993년에 출간된 책이다.
넬과 술라. 우리나라 말로 풀이하면 달동네라고 할 수 있는 바닥촌에서 살아가는 흑인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인데, 그 중에서도 동갑내기 넬과 술라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이 정반대인 듯하지만 이들은 쌍생아라고 할 수 있다. 교양있는 엄마에게서 자란 넬과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엄마에게서 자란 술라. 그런데도 이들은 서로 통해 늘 붙어 있고, 함께 지내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면서.
어린 시절 여러 사건들을 겪는데, 흑인들이 겪는 일, 특히 여성들이 겪는 일들이 소설 속에 잘 드러나고 있고, 넬이 결혼하고 술라가 떠나면서 소설의 1부가 끝난다. 여기까지 함께 했던 두 소녀의 어린 시절이다.
2부는 10년이 지나서다. 술라가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불길한 기운과 함께 돌아온다. 술라가 돌아오고 넬은 남편을 잃게 된다. 술라로 인해 마을 사람들 역시 긴장하게 되고, 오히려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마치 물고기들이 많은 수족관에 상어를 넣어두면 물고기들이 더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그런 장면들인데... 자유롭게 살아가던 술라 역시 한 남자에게 자신을 정착시키려 하는 순간 버림받는다.
그렇다. 술라가 지금까지 보여준 삶은 정착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그냥 자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만 살아가는 모습. 그것을 자유라고 하겠지만 넬과의 관계에서 보면 그건 두려움이다. 자신이 없을 때 자유로 자신을 포장하는 그런 모습.
결국 흑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위악의 모습을 지닐 수밖에 없음을, 그마저도 잃게 되면 바닥의 삶으로 떨어짐을 술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넬은 이미 그러한 정착하는 삶을 받아들였기에 약해 보이지만 끝까지 살아남게 되고, 술라는 반대로 강해 보이지만 속은 더 없이 여린 존재이기에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된다. 이렇게 이들은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을 느끼며 지냈던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두 여인을 중심으로 흑인 마을에서 흑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와 고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결코 그 고통에 굴복하지 않는 태도를 만나게 된다.
소설 마지막에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넬이 죽은 술라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나는데... 이는 이 둘이 하나임을 알려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 흑인들은 가장 높은 지대에 살고 있지만 가장 힘든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고 백인들에게 굽실대지도 않는다. 그들은 서로 돕고 산다.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후일담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이들 삶을 엿볼 수 있다. 나이 든 사람을 대하는 태도. 요양원에 노인들을 보내는 모습에 관해서...
백인들은 늙은이들을 내보내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흑인들의 경우 그들이 가도록 하게 하는 데는 상당한 대가가 지불되었다. 혹시 어떤 이가 늙고 홀로됐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가서 마루를 닦아 주거나 요리를 해주었다. 그들이 미치거나 다룰 수 없게 되었을 때에만 그들은 요양소로 떠나도록 되어 있었다. (221쪽)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렇게 살던 흑인들도 개발의 붐에 밀려 공동체를 잃어가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젠 어떤 장소조차 남겨져 있지 않고, 각자의 텔레비전과 전화를 가지고 있고, 남의 집들에는 점점 덜 들르는 각각의 집들만 있게 되어 버렸다. (223쪽)
술라라는 악역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술라가 죽은 뒤 그들은 구심점을 잃고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마을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공동체가 아닌 그냥 스쳐지나가는 장소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소설은 흑인 마을의 부침을 두 여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