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 읽기 수업 - 어디로 튈지 모를 학생들과 함께한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실제
송승훈 지음, 코피루왁 그림 / 나무연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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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매체가 대세를 이루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전자책이 나와 종이책이 없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시대라고 해도, 종이책은 없어지지 않는다. 없어질 수가 없다. 전자책 읽기와 종이책 읽기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이사전과 전자사전을 예로 들어보면, 이제는 종이사전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자신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단어를 검색하면 뜻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종이사전을 굳이 들고 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이사전은 종이사전만이 지닌 특징이 있다. 강점이 있다. 책장을 넘기는 손맛을 말하지 않더라도, 한 단어를 찾기 위해서 여러 장을 넘기면서 우연히 다른 단어들을 만날 수 있다. 의도와 무관하게 더 많은 낱말들을, 더 많은 쓰임을 종이사전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종이책도 마찬가지다. 전자책과 다른 장점이 있기에 이 시대에도 종이책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교과서가 전자책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으로 이루어진 교과서가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더 오랜 시간 잡고 있을 수 있끼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종이책 읽기, 과연 학생들이 많이 하고 있을까? 책은 넘쳐나지만 학생들이 책을 읽을 시간은 더 없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책읽기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왜? 책읽기는 곧 삶 읽기고,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책읽기 교육을 꾸준히 해온 교사가 있다. 그가 그동안 책읽기에 관해 낸 책만 해도 여러 권인데.. 이번엔 자신이 수업 시간에 한 경험을 담은 책을 냈다. 책읽기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정시 확대를 논의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오히려 정시 확대가 왜 문제가 되는지, 정시 확대가 어떻게 학교 교육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도 해준다. 책읽기 교육과 정시, 수시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말들이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

 

왜냐하면 정시가 확대되면 이 책을 쓴 교사가 한 책읽기 수업은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송승훈은 이렇게 주장한다. 한 학기에 한 번만 지필고사를 보자고. 문제풀기로 학생들을 측정하지 말고 평소 수업시간에 한 활동으로 평가하자고.

 

그런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필고사를 줄여야 한다고. 소위 말하는 수행평가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수행평가를 늘린다는 말은 과정중심 평가를 한다는 말이고,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깊이 있는 활동을 하게 한다는 말이다. 그런 시간을 지필고사를 한 번만 줄여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적어도 20%정도의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대학 입시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이 되어 있으니, 결국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문제가 해결되고, 학력으로 차별받지 않는, 자격증 위주의 사회에서 벗어나야 교육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해야 한다.

 

생각할 수 있는 힘, 그것은 책읽기를 통해서 키울 수 있다고 하는데, 단지 읽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읽고 함께 이야기하고, 글로 써보고, 글쓴이를 만나 인터뷰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여러 방법이 함께 어우러진 교육이 바로 책읽기 교육이다.

 

그런 책읽기 교육, 한번에 성공했을 리가 없다. 여러 차례 실패를 하고, 그 실패를 통해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한데, 이 책을 읽다보면 송승훈의 책읽기 교육이 자리를 잡은 것은 대학 입시에서 수시가 정시보다 많은 것에 큰 도움을 받는다. 우선 지필고사 비중을 줄이고, 수행평가 비중을 높였기에 문제풀이식 교육을 하기 보다는 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부터 다양한 활동을 쓸 수 있는 책읽기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대학 입시과 관련이 있나 하는 마음에 편치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의 사고력은 깊어지고 넓어진다. 또 책에 관심을 갖게도 된다. 물론 송승훈이 다양한 분야, 다양한 수준의 책들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패를 통해서 얻게 된 책읽기 교육 방법은 받아들일 점이 여럿이다.

 

문제는 송승훈의 책읽기 교육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신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교사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이 근무하는 학교 현실에 맞게,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펀해야 한다.

 

책읽기 교육에 관한 책이라고 꼭 교사들만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 책에는 가정에서 책읽기 교육을 하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아이들이 책읽기 습관은 어릴 적에 형성이 되는데, 송승훈은 초등학교 5학년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 때 책읽기가 평생을 좌우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때까지 가정에서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나를 설명해주고 있는데,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조금 아쉬운 점은, 그렇지 못한 형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좀 힘든 방법이지 않나 싶다.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사라고 하는데, 책을 집 곳곳에 두라고 하는데, 그렇지 못한 가정도 많지 않은가. 이들은 이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경제적 여유도 없다. 그럼에도 책읽기 교육을 해야 한다.

 

어떻게? 송승훈은 부모들에게 이 방법을 제안한다. 물론 이 방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이 되겠지만, 이 방법은 이들의 자식에게서 멈추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로 교육감이나 교육장을 찾아가 학교에서 책읽기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면담 요청을 하라는 것이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를 위해서, 또 학교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라는 의미에서 그런 면담을 제시하고 있는데, 결국 여유가 있는 층은 가정에서도 책읽기 교육을 할 수 있지만, 없는 층에서는 학교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이런 책읽기 교육을 담보하고 책임져 주어야 한다. 그것이 송승훈의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각 교과에서 수업시간에, 절대로 학교 밖의 시간이 아닌, 수업 시간에 책읽기 수업을 해야 한다는 송승훈의 주장에 동감한다.

 

숙제? 하지 못한다. 아니면 베낀다. 그러니 이 둘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학교 수업시간에 해야 한다. 그 점이 핵심이다. 수업시간에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교육 정책이 실시해야 한다. 지필고사를 줄이고, 도서관 예산을 늘리는 등 책읽기를 할 수 있는 기반부터 조성해야 한다.

 

이 기반 위에서 교사들이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책읽기 교육을 하면 된다. 그런 책읽기 교육을 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에서 점점 멀어지는 학생들을 책을 가까이 하는 학생들로 변하게 하는 그런 책읽기 수업. 한번 해볼 만하다. 아니, 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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