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 들러 우연히 발견한 시집. 이런 시집을 만나면 반갑다. 기분 좋은 일이다. 이렇게 윤동주를 기리는 시집을 만나다니...
수많은 문학상이 있지만, 어떤 문학상은 수상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지탄을 받기도 하는데, 윤동주 서시 문학상, 그냥 윤동주 문학상도 아니고 '서시'문학상이니, 이 상을 받은 사람에게는 칭송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윤동주가 누구인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의 '서시'정도는 외우지는 못해도 들어는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김소월이 쓴 '진달래꽃'과 더불어 우리나라 애송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서시'에 나타나는 자기성찰과 부끄러움, 순수하게 살고자 하는 바람 등을 시로, 또 삶으로 실천한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런 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헌책방에서 발견하다니... 만날 인연이 있는 시집이었나 보다.
늘 자기성찰을 했던 윤동주, 그런 삶의 자세가 잘 드러나 있는 '서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이런 문학상을 제정하고, 수여하는 것은 윤동주의 시를 지금에 다시 살리는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상을 제정한 시산맥과 광주일보사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수상시집에는 윤동주에 관한 시가 맨 앞에 나와 있고, 서시문학상을 받은 수상작과 자선 대표시, 그리고 추천우수작들이 실려 있고, 다음에는 서시 해외작가상을 받은 작품이, 해외 작가상 추천 우수작들이 실려 있다.
윤동주가 간도 용정에서 서울에서 또 도쿄, 교토에서 지냈으니, 윤동주 서시 문학상을 국내로만 한정하지 않은 것, 해외 작가상을 수여하는 것은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집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시가 음악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자꾸 길어지고 수다스러워진다. 그리고 아름다움, 순수함보다는 위악, 욕망이 시에서 넘쳐나고 있다. 그것이 지금 우리들 모습이기는 하겠지만...
그래서 더욱 윤동주의 '서시'가 빛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시들, 우리 마음 속에 들어와 우리를 따스하게 하는 시들.
이 시집에 있는 해외작가상 수상작인 '이슬이 비치다'가 이런 이유로 더 와닿는다.
이슬이 비치다
만삭의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 이슬이 비쳤어
이슬이 비친다
젖고 스미는 이 말
맨 처음 지은 사람의
울음 빛 마음이 만져진다
이 아름다운 상징에는
어렴풋한 슬픔이 묻어있다
아기가 세상으로 오기 전
처음 보낸 전언이
이슬이라니
풀잎에 맺혔다 스러지는
이슬이라니
이슬로 왔다 갈 것을
아기는 이미 안다는 걸까
물에 있는 아가가 물로 보낸 말
이슬이 비친다
2017 제 2회 윤동주 서시 문학상 수상작품집. 시산맥.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