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잠이 세계에서 가장 부족할 것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셧다운제를 실시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청소년들이 밤새도록 게임에 몰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게임에 중독되면 잠이 부족해 질 것이고, 잠이 부족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잠 부족은 몸만이 아니라 마음 건강도 해치는데... 그런데 게임만이 청소년들을 잠 못들게 할까? 아니다. 세계 최장 공부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아니던가. 잘 시간을 줄여 공부하라고 하는.

 

 청소년들이 잘되라고 하는 공부 때문에 오히려 더 청소년들이 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주말도 없이 학원에서 시달리고, 평일에는 밤 10시까지 학원에서 시달리다 집에 돌아오면 기껏 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만성적인 잠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말로는 청소년기에는 8-9시간은 자야 한다고 하면서, 도무지 잘 시간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니, 잠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잡아먹는, 가능하면 줄여야 할 대상이 되고 만다.

 

계절에서 겨울이 있어 생명들이 겨울에 좀 쉬듯이, 그래서 봄을 준비하듯이 잠은 다음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런 잠을 소홀히 하다니...

 

우리나라 4계절 중에 어느 한 계절만 중요하고,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 계절을 아예 줄이거나 생략해 버렸으면 한다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듯이 사람에게 있어 잠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 결코 줄여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런데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만성 피로로 다가오게 된다.

 

아주 오래 된 시집, 헌책방에서 구한 시집인데... 조재훈의 [겨울의 꿈]이란 시집이다. 마음 아픈 사연을 담은 시(갈꽃을 보며)도 있고,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시(진달래, 누런 보리밭, 어느 해 겨울 등)들도 있지만, '잠'이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요즘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잠이 얼마나 소중한지 몸과 마음으로 깨닫고 있는 중인데...

 

 

잠자는 것 아름다와라

누런 육신을 따 위에 누이고

잠시 눈을 감는다는 것

일렁이는 피, 파도를 재우고

홀로 잠든다는 것

이 세상 제일 이뻐라

머리맡에 눈물로 거른

한 생애의 보석

봉오리 열고

약 없이도 하직할 수 있다는 것

고맙고 고마와라

혼을 끄고 혼의 아침을

두 손으로 받들며

지친 하루의 문을 닫는다는 것

술 몇 방울로 언 몸 녹이고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

누가 준 은혜인가

크나큰 선물인가

주린 육신이 쉰다는 것

 

조재훈, 겨울의 꿈. 창작과비평사. 1984년. 34-35쪽

 

잠은 이렇게 '크나큰 선물'이자 '은혜'다.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다른 것으로 인해 빼앗을 수 없는. 그러니 제발 잠을 청소년들에게 돌려주자. 셧다운제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잘 잘 수 있게 하자.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 잘 수 있는 사회가 되게 하자. '지친 하루의 문을 닫'고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나날이 새롭고 활기차게 지낼 수 있도록, 잠을 다시 찾아 오자.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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