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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홍경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8월
평점 :
'폭염사회'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마치 우리 사회가 열로 들끓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제목인데, 책 내용은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던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던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의미를 지닌 책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실행이 되지 않았을 때 탄식하면서 하는 말로 주로 쓰이는데...
그런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더 문제가 된다. 재난이 계속 반복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지하철에서, 배에서, 그리고 도로에서, 또 하늘에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재난도 계속되고 있고, 태풍이나 지진,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 재해도 계속되고 있다.
소를 계속 잃으면서도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작년부터 미세먼지에 대해서 경고를 하고, 심각성을 이야기하지만 대책은 여전히 없는 상태. 올해는 석탄발전을 많이 멈추겠다는 말을 하는데... 올해만이 아니라 석탄발전을 지속적으로 줄여가야 하는데, 에너지 사용량이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으니, 기후변화나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시카고 폭염을 다루고 있는데, 이것을 다른 재난에도 적용할 수 있다. 폭염으로 사망한 시카고를 분석해서, 그것을 사회적 부검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몇 가지 원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는 혼자 사는 도시 주민 중 나이 든 인구가 증가한 것(386쪽)이라고 하고, 둘째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공간적인 집중과 사회적 분리의 증가(387쪽), 셋째는 이러한 불평등을 바로잡고 도시 취역계층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정부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389쪽)이라고 한다.
폭염으로 인해 죽음에 이른 사람들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인데, 이들을 인종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도, 또 가난의 문제로,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도 안된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번째 정부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프게 다가온다. 정부의 기본적은 목적은 국민들이 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미국 시카고는 1995년 폭염 이후로 나름 대책을 세운다. 그 결과 1995년 이후에도 폭염이 발생했지만, 사망자 수는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그만큼 '소 잃고 외양간은 고친' 격이 된 것이다.
미리 막을 수 있었던 폭염으로 인한 재난 상황은 주요 보건 및 지원 서비스를 소방서와 경찰 등 준군사 조직에 위임해 생긴 구조적인 불균형. 노인과 약자를 포함한 도시 주민들이 공공 재화의 능동적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시의 행정관과 이들의 봉사 대상인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짐, 정부가 점차 홍보활동과 마케팅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경우가 많아짐 (389-390쪽)으로 인해 더욱 심해졌다고 하는데, 이것들은 다른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많이 적용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언론까지 다루는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재난 상황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오로지 책임을 회피하려는 관료들,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미루는 책임자들, 그리고 심층보도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들... 이들이 중첩되어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특정한 시대의 재난을 다룬 책으로 읽어도 되지만, 그것을 앞으로도 지속될 재난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가 아니라 '유비무환'이 되는 그런 계기로 삼는 책으로 읽으면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