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어 수업 - 다음 세대를 위한 요즘 북한 말, 북한 삶 안내서
한성우.설송아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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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소이(大同小異)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읽었다. 북한말에 대해서 책 한 권을 내다니. 그것도 '문화어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어는 북한의 표준어를 말한다고 보면 되는데, 평양말을 중심으로 삼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문화어와 표준어는 많이 다를까? 많이 다르다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텐데... 우리나라가 분단된 지 70년이 넘어가지만 함께 해온 역사는 그것의 열 배가 넘으니... 아직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단계는 아니다.

 

가끔 남쪽으로만 국한하더라도 각 지방의 사투리들을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 말의 뜻은 정확히 모르더라도 말을 하는 상황에 따라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사실 표준어를 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표준어를 모두 알고 있지는 않다. 책을 읽더라도 모르는 낱말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그 말들을 하나하나 찾지 않아도 전체적인 문맥에서 뜻을 유추해내고 의미 파악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북한말도 마찬가지다. 단어가 다른 것도 있지만, 그것들이 의사소통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단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할 때 통역을 동반하는가. 하지 않는다. 그만큼 외교적인 수사가 필요한 정상회담에서도 통역없이 대화가 가능한 것이 남과 북이다. 그러니 자꾸 남북의 말이 다르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같은 점이 더 많다고 강조해야 한다.

 

이 책에서 계속 주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대부분은 같다. 약간 다르다. 그 약간 다름을 가지고 지나치게 과장하지 말자. 또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서로의 말을 잘못되었다고 하지 말자. 틀리다고 하지 말자. 누구네 말이 더 우월하다고 하지 말자. 그냥 세월이 흐르면서 지역에 따라서 언어가 약간씩 변화했을 뿐이다.

 

거기에는 우열은 없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다만 남과 북이 철책선으로 가로막혀 서로 왕래를 하지 못하다 보니 생경하게 느낄 뿐이다. 우리가 가끔 텔레비전에서 듣는 지역 사투리들을 가지고 저급한 언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와 다르네... 할 뿐이다. 다름에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자주 교류하다 보면 서로가 언어를 맞춰가게 된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러니 언어의 통일성을 주장하기보다는 먼저 서로 만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서로 교류해야 한다.

 

장벽없이 만나면 언어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서로 변해가게 된다. 그 점에 대해서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 어느 한쪽의 언어를 중심으로 상대방의 언어를 폄하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강제성이나 인위성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북한에서 실질적으로 방언조사를 할 수 없는 여건에서 생활 속에서 문화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가상으로 장면과 인물을 등장시켜 책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실생활에서 문화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다.

 

이제 남북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어야 한다. 철책선이 굳건히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 이 스마트한 시대에, 지구촌이라는 시대에 남과 북이 각자 자기들의 세계만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한다.

 

고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일반인이라고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표준어와 문화어 또 다른 지방언어들까지 다 포용하는 그야말로 대동소이한 우리말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의 교류는 우리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이 책을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빼기의 언어정책이 아니라 더하기의 언어생활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 사람들을 뿔 달린 도깨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난 지금, 이제는 그들의 말과 우리들의 말이 모두 우리말의 일부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에필로그(313-318)에서 이 책의 내용을 너무도 잘 정리해주고 있다. 다만, 문화어 수업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고, 완전할 수는 없지만 우리말을 되도록 쓰려고 하고 있는 문화어에서 책의 맨앞과 맨뒤 이름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한 것은 좀 아쉽다. 그냥 머리말, 맺음말 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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