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말은 없지만 시가 쉽지는 않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시집이다.
시집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이 세상에서 탄압받고 있는 존재, 사라져 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름로 자연에, 또 다른 존재에 대해 가한 폭력이 이 시집에 너무도 잘 나와 있다.
가령 40쪽에 있는 '바보들'이라는 시를 보면 인간에 의해 멸종된 동물들이 나열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모피 반대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도.
이렇게 이 시집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힘이 없다. 힘이 없어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뿔을 빼앗긴 코뿔소들, 인간이 빨리 가기 위해 만들어내는 철도, 고속도로로 인해 살 곳을 잃어가는 동물들.
'도롱뇽 소송'이라는 시를 보면 절대로 도롱뇽은 소송에서 이길 수가 없다. 왜냐 힘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현 시대를 이 시를 통해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들로 보아 이 시집을 생태시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 모두가 공생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시들.
세상 모든 존재들이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그 종 자체가 멸종이 되지는 않도록 해야 하는데... 개체들의 생명과 달리 종으로서의 생명들은 유지되도록 해야 하는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만들어내어 뭇생명들을 지구상에서 몰아내고 있는 것이, 개체의 생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아예 종의 말살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 이 시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