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인문학 -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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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로 마음 먹는다. 마음은 먹지만 밖으로 나가기는 쉽지 않다. 자꾸 망설여진다. 걷기에 적당한 장소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마음은 늘 걷고 싶지만 실제 몸은 집 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또 걷기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힘들다. 계속 걸어야 할까 망설이기도 하고, 도대체 왜 걷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때 멈추면 걷기는 중단되고 만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걷기의 인문학이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처음 부분은 우리가 걷기를 시작하는 것만큼 편하지가 않다. 솔닛 자신이 걷는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내용이 명확히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 걷기 초반인 것이다.

 

참고 계속 읽기 시작한다. 읽기와 걷기는 이래서 비슷하다. 시작하기도 힘들지만, 시작하고도 처음은 더 힘들다. 이때를 이겨내지 못하면 도중에 멈추고 만다. 이 책은 읽어가면서 재미가 붙는다. 마치 걸으면서 점점 주변이 눈에 들어오고 재미가 있는 것처럼.

 

2부와 3부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걸을 때 어느 지점부터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걷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이 책도 2부와 3부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원에 머무르는, 있는 사람들만의 걷기에서 정원 밖으로 나가는 걷기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유명한 시인인 워즈워스 남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이 걸은 거리가 만만치 않음도 놀랍지만, 당시 걷기는 정원 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정원 밖으로 걷는 것을 당연하게 만든 이들의 걷기는 놀라운 걸음이라고 한다. 특히 동생인 도로시의 경우 여자들에게 주어지는 제약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더 놀랍고.

 

정원 밖으로 나온 걷기는 이제 산으로 향한다. 등산 문학이 등장하고 보행을 위한 모임과 통행을 위한 투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3부로 가면 근대의 걷기가 나온다. 도시를 걷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 도시에서 이제는 걷기가 정치적 행위가 됨을 보여주고 있다. 행진, 시위... 우리는 이 걷기를 너무도 많이 경험하지 않았는가.

 

함께 모여 걷는 행위. 그것을 많이도 한 시민들이 바로 우리나라 시민들 아닌가.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삼보일배를 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극한의 걷기를 통해서 자신들의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는 행위. 사회를 바꾸는 노력의 한 방편으로 걷기를 택하기도 했으니.

 

여기에 엄청난 거리를 걸은 사람들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토순례라고 하여 우리나라 남단에서 휴전선까지 걸은 사람들이 있으니... 걷기는 여러 이유로 실행이 되고 또 사람들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게 걷기는 개인의 행위에서 사회적 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할수록 걷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차, 자동차, 비행기의 등장으로 우리는 걷기보다는 이런 기계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빠르게 이동해주는 수단들이 나오면서 걷는 행위가 줄어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걷는 행위가 실내에서 실외로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헬스장이나 집안에 자전거나 러닝머신을 이용해 걷기를 대신하던 모습에서 도심에도 걷는 공간을 마련해서 걷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대도시, 환락의 도시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가 이 책의 대미인 4부를 장식하는 것도 이 점을 대변해준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로만 접근이 가능할 것 같은 이 환락의 도시가 너무도 많은 자동차들로 인해 도로가 주차장이 되니 도심 한복판에 걸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 그래서 걷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지금 새롭게 조성한다고 논란이 되고 있지만 광화문 광장이 조성되어 그나마 사람들이 걷는 장소가 조금 생기지 않았던가. 또 차없는 거리를 시행하는 도로들도 있어서 점차 사람들을 걷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들마다 걷는길을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걷게 하고 있지 않은가. 제주도 올레길을 필두로 하여 술마다 치유의 숲길이 만들어지고, 가장 붐비는 서울에도 둘레길과 성곽길을 만들어 걷게 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걷기는 사라질 것 같았지만, 사람들이 직립보행을 한 이후로 걷기는 사라질 수 없음을, 또 두 발로 걷는 장소를 마련함으로써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게 해 사회적 동물임을 인식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베카 솔닛은 이 책 [걷기의 인문학]을 통해 걷기에 대하여 총체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조금 헤매면서 읽게 되지만 점차 읽기에 속도가 붙고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걷기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자연 속 걷기도 좋지만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장소에서 걷는 행위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함을 생각한다. 직장인들이 출퇴근하거나 학생들이 등하교할 때 또 약속 장소레에 갈 때, 과연 걸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지, 여가를 내서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생활에서 걸을 수 있게 생활을 재편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걷기의 인문학은 단지 걷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삶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삶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걷기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잘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결국 이 책은 우리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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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2 15: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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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2 15: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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