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디드 범우고전선 4
볼떼르 지음 / 범우사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남들이 [깡디드]를 인용하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읽게 된 책.

 

어떤 계몽적인 내용이 들어 있을까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당시 유럽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고, 전쟁이라든지, 돈에 대한 욕심, 종교적 타락, 사기 등을 깡디드가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니, 당시 사회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엘도라도에서 황금과 다이아몬드를 많이 갖고 온 깡디드가 그 돈으로 자신과 관계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는 하지만, 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그 돈을 보고 몰려드는 인간 군상들에 대한 비판.

 

여전히 신분 질서에 얽매여 있는 사람도 있고, 세상은 낙관적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그 시대에 사람들이 우선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먹고 살 것은 스스로 마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이 책의 끝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깡디드가 삶에 대한 답을 얻으려 노승에게 갔다가 답을 얻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한가해 보이는 노인에게 들은 말.

 

일을 하고 있으면 세 가지 커다란 불행이 우리에게서 멀어지지요. 그것은 즉 권태, 타락, 궁핍이랍니다. (176쪽)

 

그렇다. 현란한 탁상공론은 필요없다. 전지전능한 신에 대한 의존도 또 신에 대한 믿음도 많이 사라진 시대, 깡디드에 나오는 성직자들은 타락하고 부패한 존재들이니, 종교의 타락도 비판하고 있는데... 이런 시대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깡디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린 우리의 뜰을 경작해야 합니다라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깡디드가 도달한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자기 손으로 노동을 해서 자립하는 삶. 그 삶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쟁의 비참함을 서술함으로써 전쟁을 비판하고, 돈을 보고 덤벼드는 온갖 사기꾼들을 서술함으로써 금전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있으며, 타락한 성직자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종교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성에서 쫓겨나 시작된 여행이 콘스탄티노플에서 끝나는데, 뀌네공드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과정, 결국 돌아오게 되지만, 돌아온 다음에 깡디드는 다른 존재가 된다.

 

허황된 관념을 좇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앞에 있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다들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 적어도 일을 하면 권태, 타락, 궁핍은 멀어지게 할 수 있을테니. 그러나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적어도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자유의지로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는 것. 어쩌면 볼테르는 사람들에게 그런 장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정치가들의 책무이고, 지식인들이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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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6 0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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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6 1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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