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질 듯, 좋아질 듯, 가까워질 듯, 가까워질 듯 하면서도 이상하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서로 웃으면서 만나도 그 다음 만남에 대한 약속은 하지 않는다. 만나면 해결될 듯 하면서도 결코 해결을 하지 않는다.

 

  웃음 속에 수많은 계산이 들어있는지, 서로의 셈법이 다른 것인지, 평행선은 지속된다.

 

  핵을 폐기한다고 했다. 순차적이든, 전면적이든, 완전한,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약속한다고 했다. 그러마고, 믿는다고, 그래서 이제는 평화롭게 지내자고도 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지금까지 계속해 왔던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계속 실시하고, 한쪽에서는 평화 분위기를 깨는 행위라고 정체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포탄을 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대화 단절, 만남 단절. 그럼에도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는 계속된다고 하고 있으니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른 경우, 어느 쪽에 판단 기준을 두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다시 지지부진한 상태에 돌입했다.

 

다른 할일도 많은데...

 

전기철의 시집 [로깡땡의 일기]를 읽었다. 로깡땡의 일기가 이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이기도 하고, 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로깡땡이 낯설다. 시집에서 주를 달아놓기를 샤르트르의 소설 [구토]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냥 그렇게 로깡땡에 대해서 넘어가고... 다음 시를 통해 지금 우리 현실을 읽어낼 수가 있다. 

                      

 

북한 핵에 관한 감상

 

  너와 나 사이에 위험한 물건이 있다. 너는 한사코 그 물건에 손을 대려 하지만 나는 너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너는 화가 치밀어 나를 밀어낸다.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네 얼굴에서 무언의 땀방울이 더 위험하게 떨어지려는 찰라, 꽃은 어떻게 피는가를 생각했다.

 

  위도와 경도의 정확한 지점에 피는 꽃의 스캔들을 추적하고 거리와 진폭, 시간을 연산하지만, 답은 소수점 몇 자리로도 떨어지지 않아

  위험한 물건은 그대로 위험한 채로 너와 나 사이에 있다.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버려야 할 것인가, 모른 채 할 것인가. 너와 나 사이에 꽃은 필 것인가.

 

전기철, 로깡땡의 일기. 황금알. 2009년. 76쪽.

 

우리가 모른 체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너와 나 사이에 꽃이 피게 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으니...

 

위험한 물건은 당연히 버려야 하고, 그 위험한 물건을 마음 놓고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때 너와 나 사이에 꽃은 당연히 필 것이다.

 

그 꽃을 우리 모두 함께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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