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뇌는 특별하다 - 템플 그랜딘의 자폐성 뇌 이야기
템플 그랜딘 & 리처드 파넥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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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템플 그랜딘의 책읽기. 자폐인의 삶을 따라가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물론 고기능 자폐인들에게 더 해당이 되고, 정도가 심한 자폐인들에게는 템플 그랜딘과 같은 행동을 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책은 자폐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폐증이 병명으로 자리잡게 되는 과정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단조차 받지 못하던 시대에서 심리적인 질병으로, 그래서 냉장고 엄마와 같은 말이 나왔던 시대로 있었다고 하는데...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자폐증도 뇌와 유전자의 문제로 점점 확대되고 구체화되었다는 것, 다만 여전히 생물학적인 문제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정확히 진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 점점 더 발달해 가는 과학으로 인해 자폐증의 생물학적 원인도 명확히 밝혀질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완전히 밝히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밝혀졌으니,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구분해야 한다고 하지만, 자폐증도 이제는 상관관계를 넘어 뇌와 유전자의 인과관계 쪽으로 가고 있으니 자폐증 치료에 더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한다.

 

템플 그랜딘은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을 둘로, 언어적 사고와 그림 사고로 나누었었는데, 최근에 여기에 한 가지 사고를 더해 패턴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도 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 있는 것은 확실하니, 자신의 사고에 따라서 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으니,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을 체계화한다면 사람들에 따라 교육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텐데.

 

여전히 그것은 힘들다. 왜냐하면 이 책에도 나오듯이 학교 교육은 이름표 붙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표 붙이기, 다른 말로 하면 낙인찍기, 또는 낙인효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자폐인이야 아스퍼거야 하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이름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름에 맞게 대우해 줘야 하고, 그 이름에 따라서 기대를 접는 행위를 얼마나 많이 하던가. 그래서 그들이 지닌 강점보다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템플 그랜딘은 이름표 붙이기에서 벗어나 약점을 보완하는 교육보다는 강점을 살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너무도 쉽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왜 굳이 못하는 것을 잘하게 하려고 할까?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면 되지 않는가. 전국민이 수학자가 될 필요가 없는 것은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우리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적어도 비슷한, 아니면 정부가 정해 놓은 이해되지 않는 어떤 수준까지 꼭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자폐 스펙트럼(요즘은 용어가 이렇게 바뀌었단다)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 아닌가. 그들은 어떤 면에서는 표준적인 수준에 도달하거나 넘어설 수는 있어도 모든 면에서 표준적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특정 분야에 뛰어난 능력은 발휘할 수 있어도, 그 표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 더 힘든 것이다. 

 

그러니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이 잘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들이 잘하는 일을 하고, 이들이 못하는 일은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서로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 다양성으로 인해 더욱 풍요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템플 그랜딘은 하고 있다.

 

이 책의 뒷부분에 가면 우리나라 교육에도 해당되는, 읽으면 슬픈 그런 구절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강연을 할 때에는 확실하게 자폐 스텍트럼에 속하는 듯 보이는 사람이 많다. 전국을 돌면서 학교에서 강연을 하다보면 또 이런 비슷한 아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 아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왜일까? 학교에서 이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이다. (251쪽)

 

똑같아야 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 교과과정에 있는 것을 꼭 다 배워야 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그 많은 교과목에서 모두 일정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일을 충분히 잘 할 수 있고, 사고 패턴에 따라서 학교 교과과정은 익숙한 과정이 될 수도 너무도 힘든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템플 그랜딘은 말한다. 왜 똑같아야 하지? 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을 배워야 하지? 그래서는 안 되는데...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지 않아도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어 일찍부터 절망에 빠지는, 강점이 많음에도 수학때문에 도태되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파왔다. 꼭 수학때문은 아니라도, 성적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에고, 이게 무슨 저주받을 짓인지...

 

자폐인의 성공담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템플 그랜딘의 책을 읽으면 함께 살아가야 함을, 다양한 사람들의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 그렇게 우리는 살아야 한다. 각자 다양하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 도우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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