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를 읽는가
프레드 사사키.돈 셰어 엮음, 신해경 옮김 / 봄날의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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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를 읽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저요."다. 그런데 "저요."하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여야 한다. 즉, "누가 시를 읽는가?"라고 질문을 하면 "우리가요."라고 답해야 한다. 시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고, 우리 모두는 시를 읽으며 살기 때문이다.

 

살면서 시를 단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사람,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학교를 다닌다면 시험 때문에라도 읽었을 거고, 학교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은 부모들에게서, 또는 이웃들에게서 시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읽든 귀로 듣든 시는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왔다.

 

이렇게 시는 우리들의 삶과 떨어져 있지 않다. 다만 우리가 의식하느냐 하지 않느냐 차이일 뿐이다. 이 책은 누가 시를 읽는가라는 제목으로 시를 읽은 사람, 또는 시에게서 삶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시와 자신의 관계를 쓴 글을 모았다.

 

5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시와 자신에 대해서 쓴 글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시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다못해 시하고 가장 먼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서도 시를 필수로 가르친다고 하니까 말이다.

 

읽어가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 하나를 고르면 아이 웨이웨이가 쓴 글에 나오는 이 말이다.

 

시를 경험하는 것은 현실 너머를 보는 것이다. 물리적인 세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찾는 것이며, 다른 삶과 다른 층위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며 가장 중요하게는 젊고 늙고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타인과 나누는 것이다. (244-245쪽)

 

시인은 다른 세계를 본다. 그리고 그 다른 세계를 우리의 세계로 끌고 들어온다. 다른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이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가령 나희덕 시를 보자. 꽝꽝 언 호숫가에서 얼음을 지치는 일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을 쳐내기만 하는 그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 호수는 잔잔하고 고요하고 맑고 깊고 그래서 포용적인데, 그 호수가 얼어버리면 내치기만 한다. 도무지 받아들일 줄 모른다.

 

최근에 정치판을 보면서 특히 공당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정당들과 대화하지 않으려는,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꽉 막힌 모 정당의 원내대표를 보면서 나희덕의 '천장호에서'를 떠올렸다. 그들은 그야말로 얼어붙은 호수에 불과하다. 봄이 오고 여름이 와서 사람들이 물가에서 더위를 식혀야 하는데, 그들은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자신을 더 굳게 얼리고 있을 뿐이다. 내치고 있을 뿐이다.

 

   천장호에서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 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나희덕, 그곳이 멀지 않다. 민음사. 1997년 1판 3쇄. 11쪽.

 

20년도 전에 쓰인 시가 지금 정치판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시는 문득 내게 현실을 보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시를 읽을 수밖에. 마음이 힘들 때 위안을 주는 시를 떠올리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시는 인류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지만 위안을 주기도 했음을, 또한 성인들의 말씀에도 시들이 많음을.

 

기독교 성경에는 시편이 있어서, 시적인 노래들이 전해 내려오고, 불교에서도 숫타니파타 역시 시라고 할 수 있으며, 법구경만 해도 시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힌두교 경전으로 알려진 바가바드 기타 역시 천상의 노래라고 불리지 않는가. 역시 시다.

 

시는 우리들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굳이 내가 의식적으로 시를 읽지 않아도 이렇게 시는 우리들 삶 속에 있다. 가끔 의식하지 못한 시들이 의식으로 떠올라 나에게 다른 세계를, 또는 이 세계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시를 읽는다. 왜 읽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존재가 시니까 읽는 것이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그 연설을 시작할 때 대통령은 신동엽 시인의 '산문시1'을 낭독했다.

 

외국 의회에서 우리나라 시인이 쓴 시를 낭독했다. 그만큼 시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정서를 드러낸다. 그 감동... 그렇게 시는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누가 시를 읽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모두요."라고 답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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