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
브루스 커밍스 지음, 조행복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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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발발했던 유월이 지나갔고, 도올이 쓴 책 [우리는 너무 몰랐다]를 읽다가 브루스 커밍스라는 이름을 발견하고는, 도서관에서 그가 쓴 책을 보았을 때 이것도 인연인가 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국전쟁의 기원]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인데, 도올이 이 책을 출간되기 전에 커밍스로부터 받아 읽었다는 내용을 읽고, 커밍스가 우리나라와는 꽤 인연이 있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도올과 아는 사이였다니.

 

이 책의 내용을 지금은 거의 다 잊었다. 단 한 가지만 빼고. 한국전쟁은 내전이었다는 그의 주장. 그러므로 누가 먼저 총을 쏘았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내전이라... 내전에 외국 군대가 개입한다? 이런 사례는 스페인 내전에서도 일어났었다. 공화파와 프랑코파의 손을 들어준 세계적인 전쟁이 바로 스페인 내전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우리나라 전쟁도 이런 내전이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각자 편을 드는 쪽으로 가담했다는 말이지. 여기에 누가 먼저 도발했느냐보다는 내전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살피고, 그 내전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상흔들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커밍스가 이야기하는 것도 이것이고. 그가 펴낸 이 책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전쟁은 내전이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왜곡된 정보로 잘못 알려진 전쟁이었다. 아니 잘못 알려진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에게는 잊혀진 전쟁이었다.

 

한국전쟁이 미국에게 이런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으로 취급한다.

 

1950년대 후반 여섯 달 동안 방위비가 거의 네 배로 증가하면서 미국의 광범위한 해외 기지를 구축하고 국내에서 안보국가를 수립한 것도, 그리고 미국을 세계의 경찰국가로 만든 것도 제2차 세계대전이 아니라 바로 한국전쟁이었다. (325쪽)

 

이것이 미국에게 한국전쟁이 지닌 의미일 텐데도, 그들은 이기지 못한 한국전쟁,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전쟁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브루스 커밍스가 책을 썼다.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 최근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왔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북한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많이들 써먹는다. 악의 축으로 몰라 군비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써먹든, 북한과 평화를 유지함으로써 인기를 얻는 데 써먹든 북한은 여러모로 미국 정치인들에게 수단이 된다.

 

아직까지는 유효한 수단, 그만큼 북한과 미국은 완전한 화해, 평화로 가지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있고, 적어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쟁에 대한 위협에 시달리지는 않으니 다행이라고 하겠지만, 한국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이 바로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 아닌 유산인데... 이제는 한국전쟁을 넘어서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브루스 커밍스가 한국전쟁에 관한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잘못된 기억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왜곡한 정보를 유포했던 과거를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왜곡된 정보 중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한국전쟁 기간 동안에 곳곳에서 자행되었던 학살들에 대해서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진실을 밝혀야 화해를 하고 용서를 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많이 알려진 노근리 학살 등을 포함해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 책에서 이런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예로 영암군 구림마을을 들고 있다.

 

  2006년 마을의 원로들이 530쪽에 달하는 구림마을의 역사를 편찬하여 전쟁 중 사망한 이들의 명부를 가해자를 병기하지 않은 채 기록하고 합동 추모제를 후원하면서, 마을은 남한 전역에서 화해의 상징이 되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마을의 원로들은 전쟁이 끝난 뒤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밝히지 말고 복수를 하지도 말기로 공동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남한에서 이루어진 여러 조사의 목적은 책임을 묻거나 냉전의 싸움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남한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고 과거에 적이었던 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인식과 태도를 얻는 것이었다. 이해란 공감이 아니고 감정이입도 아니며, 단지 적의 행동을 이끈 원칙들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 원칙들이 용납하기 어렵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그 적에게 일어난 일에 관한 나의 지식과 크게 상충되더라도 상관없다. (318쪽)

 

이제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전쟁은 남과 북이, 그리고 남과 북, 미국, 중국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디딤돌이 되게 해야 한다. 서로를 비난하고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과거로 돌리고 미래의 원동력으로 삼는 지혜, 그 지혜가 발현되어야 하는 때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을 읽으며 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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