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뒷모습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유동영 사진 / 반딧불이(한결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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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렀나. 무소유를 말씀하시던 스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어가고 있다니. 2010년에 열반에 드셨으니, 참으로 세월은 무상하다. 그동안 무엇을 하면서 지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법정 스님의 뒷모습... 누가 그랬던가. 정말 아름다운 사람은 뒷모습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신이 떠난 자리에 여운을 줄 수 있는 사람. 아니면 자신이 떠난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는 사람.

 

재가제자로서 스님으로부터 무염(無染)이라는 이름을 받은 정찬주가 펴낸 법정 스님에 관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가듯이 던져주고 있다. 자신의 산방에 머물다 간 사람들 중에 화장실까지 깨끗이 청소하고 간 사람. 이 사람이 나중에 찾아오면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말.

 

아마도 법정 스님에게 해당하는 말이겠다. 평생 자신이 쓴 글인 무소유처럼 살다 간 분이니 말이다.  김영한 여사가 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을 단 하나 감사 한 사람만을 두겠다는 조건으로 법정 스님에게 기부하려고 했던 때의 이야기. (고승의 조건. 96-99쪽)

 

그 조건마저도 다른 고승들이 많다는 이유로 고사하셨다는. 김영한 여사가 여러 고승들을 찾아다니다 결국은 다시 감사를 두겠다는 단 하나의 조건도 없애고 무조건 법정 스님에게 맡아달라고 했다는 이야기.

 

무소유를 철저하게 실천하신 분이라는 생각.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길상사에 구내서점을 운영해 궁한 절 사림을 개선하자는 대중의 건의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하니 (90쪽) 스님의 대쪽같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런저런 법정 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냥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스님은 이렇게 떠나서도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 이 말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좋은 절은 친절이고, 가지 말아야 할 절은 불친절입니다 (51쪽)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아니 우리가 명심해야 할 말인가. 친절은 곧 상대에게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맞추는 일이다. 상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친절은 정말로 좋은 절이다. 우리가 가야 할, 가고 싶어하는 절이다. 그런데 이 친절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바로 나에게 있다. 모든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절을 친절로 만들든, 불친절로 만들든 그것은 바로 내가 할 일이다.

 

친절한 삶, 내 삶에 충실한 삶이고, 남에게 충실한 삶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삶은 곧 부처의 삶이다. 이렇게 사는 삶 속에 바로 절이 있다. 절 속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절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친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 속에 좋은 절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해탈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 바로 친절하게 살아가는 자세, 그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법정 스님이 저자인 정찬주에게 무염이라는 이름을 내려주지 않았겠는가. 어디에 있든 물들지 않으면 된다. 내 마음에 절을 두고 있으면 되니...

 

이렇게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친절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그것이 바로 잘 사는 삶이 아니겠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절한 삶을 살다보면 자연스레 뒷모습도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친절한 사람일테고, 처음에는 친절을 가장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체하던 것이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굳어질 수도 있으니...

 

습관을 통해 나를 만들어가듯이 친절한 행위들을 통해 나를 만들어가다 보면 앞과 뒤가 하나가 되고, 뒷모습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렇게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 몸을 식혀주는 시원한 소나기, 추운 겨울 오슬오슬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온기를 주는 화롯불 같은 책.

 

법정이라는 숲을 거닐다 온 느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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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4 0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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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4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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