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김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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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고, 과거를 현재에 끌어와 미래를 생각하게 되어서 좋았다. 유물, 문화재, 작품 등등... 그냥 과거의 것으로 치부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히 사라져 가게 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 꼭 인류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라짐이 운명이라지만 그 사라짐을 잠시 멈추게 하거나 또는 조금 느리게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느림이나 멈춤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현재에 잡아두려 한다. 왜 과거를 현재에 잡아두려 할까? 그것은 바로 우리의 현재가 미래에는 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현재도 과거처럼 모두 사라져버린다면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그러므로 과거를 현재에 붙잡아두려는 일을 통해 지금도 미래에 어느 정도 남아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사라져야 하지만, 그 사라짐이 동시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복원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마찬가지로 복원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복원은 현재에 시간의 흐름을 덧씌우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현재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복원이다.

 

이런 복원을 하는 남자, 김겸이 쓴 책이 바로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다. 그가 만났던 많은 과거의 물건들, 그 물건들을 현재에 남겨놓는 과정이 담긴 책이다.

 

여기에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복원하는 내용도 있어서 우리 현대사의 치열했던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게다가 남대문으로 불리는 숭례문, 화재로 전소되었을 때 그것을 복원하는 과정에 대한 생각도 담겨 있는데, 외국에서 복원을 어떻게 하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복원이 얼마나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하나 더하면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복원하는(? 복원이라는 말이 적절한 어휘가 아니라 청소라고 해야 한다고) 장면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기가 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청동 특성을 생각하지도 않고 무지막지하게 청소를 해버리는 동상 복원이라니... 문화재에 대한 생각, 또 복원에 대한 생각이 이다지도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복원을 하면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복원 사실을 감추려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 글에서는, 문화재를 우리들 삶의 일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모습이 연상되어 씁쓸하기도 했고.

 

작품이나 문화재가 복원되는 것은 그것에 시간의 흐름이, 삶이, 역사가 함께 들어있게 하는 것이라는 것, 모든 것은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지만, 그 사라짐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복원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음을 이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글쓴이 김겸이 생각하는 복원은 이렇다. 이게 진정한 복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와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닌... 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

 

보존이나 복원은 작품이 제작된 당시의 젊음을 되돌려주는 행위가 아니라 정성스럽게 잘 관리된 세월의 흔적을 함께 가져가는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40쪽)

 

이런 복원 전문가의 일은 육체적으로도 고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식면에서 또 예술적 감수성이나 기술, 재주면에서도 뛰어나야 하겠지만 거대한 예술품을 복원하는 일은 많은 장비들과 해야하기 때문에 몸을 혹사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겸 역시 복원 작업을 마치고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하니, 육체적으로도 고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작품에 쓰인 재료들에 대한 지식,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에 대한 지식, 화학에 대한 지식 등 여러 가지 지식들이 동반하지 않는 복원은 문제가 있다고 하니...

 

인류 문화의 축적, 그것들을 현재에 과거와 미래를 끌어오는 일, 그것이 복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참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복원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게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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