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시인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가 지리산 자락에 산다는 것으로 인해 든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에게는 어떤 순수함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 사는 사람이 악당일 리는 없다는, 그것도 시인이면 더욱 그러하다는 믿음.

 

  박남준 시집을 읽는 이유는 마음에 자연을 들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가 쓴 시들 속에 나오는 수많은 자연들을 나도 함께 하고 싶어하기 때문인지도.

 

  그러다 시집 제목처럼 박남준 시에 중독이 된 '중독자'인지도 모르겠는데...

 

이 시집을 읽다가, '햐, 이런!'하며 충격을 받은 시... '보고 싶네' 작은 제목이 '시인 김남주 생각'인데.. 

 

구절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3연이다 (85쪽)

 

보고 싶네 형,

이 나라는 아주 끔찍해

가끔 슈퍼에서 총을 팔았으면 싶어

온통 날라리 공사판으로 파헤쳐 놓은 쥐새끼들

탕탕탕 해버리고 싶다니까

협잡과 기만과 위선과, 시인들도 마찬가지야

형이 살았으면 지금 같은 쓰레기

썩을 놈의 세상에 대갈일성 뭐라고 호통을 칠까

야 이~

 

박남준, 중독자, 펄북스. 2015년. '보고 싶네 3연' 85쪽

 

정말 개판인 나라지... 여전히 말을 막 하는 인간들이 있으니... 그런 인간들이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시인이 시집을 낸 지 4년이 지났지만, 아마 시인은 김남주 시인을 생각하면 이 시구절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시인은 순수하게 살고 싶은데, 그런 순수한 사람들이 살기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막말을 하고, 큰소리를 치고, 남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어부의 집이라고 대답하네'라는 시와 '민복이네 인삼 집' 그리고 '성공하지 못했다'라는 시를 보면 '보고 싶네'라는 시와 반대되는 감정이 드러나 있다.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다움이 시인에게 시를 쓰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집을 읽어가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마음이 따스해졌는데... 시집의 앞부분에 나온 시가 팔당에서 한강을 따라 걷던 길을 떠올리게 했다.

 

길을 걸으며 보았던 벌들... 시인은 나비를 노래하고 있는데, 나는 꽃잎에 앉아 있던 벌을 떠올렸는데...

 

  나비의 체중계

 

목욕 끝내고 날아왔느냐

산 호랑나비 표범나비 긴꼬리제비나비

저마다 몸무게를 달아보느라 수선을 떤다

나는 도라지꽃 저울 너는 구절초꽃 저울

휘청~  바르르 르

꽃 체중계들 바늘 끝이 간지럽다고 몸살을 친다

 

박남준, 중독자, 펄북스. 2015년. 13쪽.

 

체중계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주로 올라간다. 사람의 체중계는 그렇다. 자신의 몸을 초과해서 들어온 것들을 다시 내보내기 위한 측정 도구. 얼마나 내게 불필요한 몸들이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도구.

 

그런데 나비와 벌들의 체중계는 내게 필요한 것이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도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

 

내 몸에 넣어 다른 곳에 주기 위해서 얼마만큼 더 먹어야 할지, 내 몸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판단하게 하는 체중계가 바로 꽃들... 그리고 그 체중계에 올라앉은 나비와 벌들.

 

이들은 쓸모없는 것을 버리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쓸모있는 것을 더 받아들이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간다.

 

'휘청 바르르 르' 체중계가 이젠 되었다고, 다른 존재에게 나눠주라고 말해줄 때 미련없이 떠나는 나비, 벌들.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너무 받아들여서 얼마나 덜어내야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를 알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가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준 시...박남준 시집을 읽으며 세상에 떠도는 더러운 말들로 지저분해진 내 귀,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나 할까...

 

막말을 하는 사람들, 특히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는 인간들, 제발 시집 좀 읽어라. 제 말이 얼마나 냄새나는지 깨닫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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