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숙 시인의 시를 읽다. 이제는 원로 시인이라는 칭호를 받아도 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된 시인.

 

  그 시인이 성서와 관련된 시를 썼다고 한다. 신의 말씀이 담긴 책이 성서인데, 성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성서 중에서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신이 하는 일과 인간이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인간 세상에 사니, 신도 인간이 납득할 수 있게 말씀하셔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마리아와 마르타. 어떤 번역본에서는 마르다라고도 나오는데... 예수를 대접하기 위해서 부엌에서 열심히 일하는 마르타가 집안 일은 거들지 않고 오로지 예수 말씀만 듣고 있는 마리아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예수는 마리아 편을 들어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히려 예수를 대접하는 사람이 마르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마르타가 얼마나 억울했을까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 장면은 다음과 같다. '누가 복음' 10장 38절-42절

 

38 그들이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39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40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

41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42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육체적인 공양을 하기 위해 분주한 마르타보다는 예수의 말씀을 듣는 마리아가 더 낫다는 말인데, 시인은 이를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마리아와 마르타

 

주님, 저는 마르타가 불쌍하고 마리아가 얄미워요

 

누구는 마리아처럼 자기 잇속 차릴 줄 모르나요

 

다만 마르타는 지치고 시장할 예수님 일행에게

 

따뜻한 음식부터 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 일은 혼자서는 힘든 일이었지요

 

세상에선 마리아같이 약삭빠른 사람이 성공하고

 

마르타 같은 우직한 사람이 손해보는 일이 슬프답니다

 

홍윤숙, 내 안의 광야, 열린. 2002년. 56쪽.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사람이 지낼 수 있게 해주는 일, 집안에서 주부들이 하는 일이 그렇게 표가 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는데, 이럴 때 표나지 않지만 힘든 일을 하는 사람에게 너가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니까 그렇지 라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인해 좀더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들을 늘 의식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시인도 그랬나 보다. 마리아보다는 마르타 쪽에 더 애정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시인인 신의 말씀을 시로 다시 표현하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신의 말씀을 다시 살피고 있다.

 

우리는 인간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렇게. 인간답게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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